본문 바로가기
개척 임무/제4장 - 앰포리어스

4.4.9 여명이여, 세계의 끝에서 빛나 주오

by 회색둥이 2025. 5. 29.

여명이여, 세계의 끝에서 빛나 주오」는 앰포리어스 여정의 최종막으로, 파이논과 그의 동료들이 창세의 소용돌이로 향해 세상의 새벽을 밝히려는 마지막 도전에 나서는 장이다. 이 장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시작된 ‘유예된 새벽’을 넘어, 진짜 여명을 스스로 밝혀내기 위한 인간의 선택과 용기를 그린다.

 

이야기는 여명의 절벽에 도달한 개척자 일행이 불씨의 행방을 쫓으며, 성체 내부에서 아퀼라의 정신 잔재와 마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불씨의 봉인을 해제하고 성소로 향한 일행은, 그곳에서 사이퍼가 남긴 흔적과 함께 진실을 맞닥뜨린다—불씨는 이미 사라졌고, 그 뒤엔 또 다른 희생이 있었음을 말없이 증언하는 현장이 남겨져 있었다.

 

사이퍼가 선택한 미끼 작전과 시간벌이의 희생은, 동시에 히아킨에게 결단의 시간을 허락한다. 불씨가 사라졌다는 절망 속에서도 파이논은 불을 쫓는 여정의 진실과 가치를 믿고 돌파를 선택한다. 이러한 믿음은 곧 현실이 되어, 자그레우스가 마지막 순간 사이퍼의 의지를 이어받아 불씨를 반환한다. 그 불씨는 다시 히아킨의 손에 쥐어지고, 그녀는 창세의 소용돌이 앞에서 ‘진짜 새벽’을 부르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한편, 검은 물결 창조물의 습격과 명광술 방벽, 시민 구출 작전 등은 이 장의 긴박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히아킨이 치유자이자 지도자로 거듭나는 순간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반신으로서의 각성과 결단은 단지 혈통의 의무가 아니라, 오직 인간의 의지로 이루어진 선택이자 책임이다.

 

이야기의 정점은 창세의 소용돌이 안, ‘방관자’ 리고스와 파이논이 대면하는 장면이다. 리고스는 오랜 관찰자이자 시험자였고, 파이논은 그 앞에서 신의 계획을 넘어선 인간의 기적을 증명한다. 그는 말한다—이 여정에서 기적을 이룬 자는 하늘도, 기계도 아닌 바로 개척자들이라고.

 

「여명이여, 세계의 끝에서 빛나 주오」는 마침내 인간이 신의 계획을 넘어 자기 손으로 세계의 끝과 새벽을 정의하는 이야기다. 사명은 넘겨졌고, 기적은 실현되었으며, 앰포리어스의 새벽은 오직 인간의 이야기로 채워질 ‘빈 페이지’로 남는다.


반응형


여기는 케팔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당신의 시야는 하늘을 다 가리는 성체에 가려졌다



파이논
운송 플랫폼이 돌로 막혀 있어요……
스텔레 씨——시간을 좀 벌어주세요!



단항
길을 막고 있던 돌을 전부 치웠어요

 

파이논
좋아요, 어서 내려가죠



파이논
여명의 절벽에… 검은 물결 창조물이 있어요!
이런, 시민들이 위험해요!

놈들이 어떻게 도시로 들어왔는지 알아내야 해요……
트리비 선생님——저희가 돌아갈 때까지 버텨주세요!

적이 더 있어요. 아래쪽 상황이 좋지 않네요……
길을 막는 놈들에겐 이 「새벽」의 힘을 보여주죠!



아퀼라
██ ??█¥내려█?」?!!█ 유황! 탄█-██왜왜왜왜「███/█목숨을 잃을 수█??██!/█비열하고 불완전 비열하█? █***██ 태생종█!

 

스텔레
계몽록에 아직 아퀼라와 셀리오스의 의지가 남아있어. 히아킨이 그 힘의 방해를 이겨낼 수 있길 바라야지……



수천 년간 자리를 지키던 건물이 갑자기 이 세상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남빛으로 일렁이는 허영만이 남아있다

당신은 정신을 집중해 관찰한다. 허영의 끝부분이 느리지만 분명한 속도로 대리석을 잠식하고 있다. 가로로 잘린 단면은 연충처럼 꿈틀거린다

당신은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지만 좋은 징조가 아니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파이논
저길 보세요! 의회의 한가운데에 케팔의 불씨가 보관되어 있어요
반드시 불씨를 창세의 소용돌이로 가져가야 합니다

 

단항
설마……

 

파이논
네, 최악의 경우… 당장 케팔의 불씨를 반환할 준비를 해야 해요
정말 종말이 닥쳐왔다면 「기적」의 진상을 파헤칠 시간이 없을 거예요——아낙사 선생님의 가설을 믿는 게 유일한 선택지죠
죄송해요, 아글라이아 님…. 「재창기」를 선택하는 일을 앰포리어스 사람들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했는데……
지금은 망설일 여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단항
히아킨은… 성공했을까요?

 

파이논
세계를 치유하겠다는 신념이 강한 친구잖아요……
성공하면 저희도 분명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카이니스
천부 케팔이시여, 저 무지하고 비천한 사람의 아이들을 용서하소서……
황금 피가 흐르는 이단을 구세주로 삼다니, 이 얼마나 순진무구합니까……
이 진홍빛 하늘, 도처에 뒤덮은 화염과 마귀가 그들의 어리석음을 씻어줄 겁니다……

 

파이논
카이니스……


카이니스
아… 「구세주」로군?
나와 함께 인자하신 케팔께 기도하지 않겠나…?
이 난잡한 대지를 봐…. 이 모든 게 너희 불경스러운 이단이 저지른 죄업이라고……

 

선택지
누가 누굴 탓하는 거예요!

 

단항
…입씨름할 필요 없어. 정신 나간 사람한테 시간 낭비하지 말자

 

파이논
단항 씨 말이 맞아요. 당장이라도 가증스러운 당신을 죽이고 싶지만……
궁지에 몰린 당신에게 가장 좋은 벌은 황금의 후예가 사명을 완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겠죠
그럼… 지금까지 당신이 저지른 악행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어리석었는지 깨닫게 되겠죠


카이니스
훗… 사명 완수라?
케팔의 불씨는 이미 사라졌다. 그런데 너흰… 어떻게 신탁을 이행하려는 거지?

 

단항
사라졌다고요…?

 

파이논
이성을 잃고는… 헛소리만 지껄이는군요
오랫동안 케팔의 불씨는 이곳에 봉안돼 있었고… 원로원의 핵심 멤버만이 불씨 상자를 열 수 있죠

 

선택지
리고스를 찾아야 할까요?

 

파이논
…힘들게 그럴 필요 없어요
아낙사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건 교과서 속 지식뿐만이 아니거든요



파이논
여명의 절벽에서 지내는 동안 아낙사 선생님은 이곳저곳을… 전부 살펴보셨어요
그때 말씀하신 방법이 기억나긴 하는데——그게 통하길 바라야죠
「세계를 짊어진 전능하신 아버지여, 그 자비로운 눈길을 제게 나눠주시길 바라옵니다」
「당신의 경건한 창조물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세상의 끝에 걸린 티탄의 불씨를 내려주소서」
…성공이에요


이제 거의 다 왔어요. 이 비술 자물쇠를 풀기 위해선… 스텔레 씨, 당신의 힘이 필요해요


파이논
됐어요!
어서 불씨를 챙겨서 내려가죠!

 

카이니스
후… 후후……



파이논
단항 씨, 다시 한번 신성한 물 마법을 써주실 수 있을까요?

 

단항
챙겨왔던 신성한 물은 다 썼어요. 게다가……
좀 전에 조석의 눈을 떠난 뒤로… 앰포리어스의 물과 연결이 끊긴 것 같아요


파이논
그것도 검은 물결의 영향이겠죠….. 아무래도 여기에서 내려가는 방법밖에 없겠군요


앗…!


카이니스
훗… 내가 정말… 미쳤다고 생각한 건가?
불씨가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고 그대로 여기에 보관돼 있었다면……
너흰… 내가 그걸 가져갈 힘이 없다고 여기는 건가?
으… 으하하하하!!

 

선택지
이제 어디 가서 불씨를 찾죠…?

 

파이논
진정하고… 잘 생각해 보세요

 

사이퍼
「내 임무는 알아서 잘할 테니까——」
「보수를 지급하기 전에 먼저 죽지나 마」


파이논
…불씨의 행방은 걱정 말고 저흰 우선 내려가요

 

미미
걱정 말라고? 하지만……

 

파이논
아퀼라를 토벌하러 오기 전에 사이퍼 씨께 저희가 자리를 비운 동안 케팔의 불씨를 지켜달라고 부탁드렸거든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말이죠
불씨가 이곳에 없는 걸 보니… 뭔가 손을 써두신 게 분명해요. 다시 말해… 사이퍼 씨는 본인만의 방식으로 소임을 다해주고 계시단 거죠
저흰 이대로 계속 창세의 소용돌이로 나아가기만 하면 돼요. 사이퍼 씨는 분명 약속을 지키실 거예요

 

선택지
그 정도로 믿는다고요?

 

단항
사이퍼 씨가 성공하지 못했다면……

 

파이논
단항 씨, 스텔레 씨——지금으로선 믿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요
여기서 가장 가까운 제의 대야까지 만 걸음을 떨어져 있다고 가정할 때… 저희가 해야 할 일은 계속 달려가다가 구천 걸음을 남았을 때쯤 사이퍼 씨가 합류해 주시길 바라는 거죠
거기에서 만나지 못한다고 해도 계속 전진하다가… 팔천 걸음을 남았을 때라도 사이퍼 씨가 나타나 주시길 바라는 거고요
그게 칠천, 육천, 오천이 된다 해도… 전 같은 희망을 품은 채 계속 기다릴 거예요——
——사이퍼 씨가 평소처럼 냉소적인 표정으로 저희 앞에 나타나실 때까지 말이죠

 

단항
…알겠어요
어쨌든 지금까지… 제가 알기론 불을 쫓는 여정에 합류한 황금의 후예 중 자신의 사명을 저버린 사람은 없었으니까요


파이논
…그녀도 예외는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가 이 포위망을 뚫고 살아 나가는 게 우선이죠!

 

선택지
물론이죠, 파트너!



파이논
해결됐으니 어서 가시죠. 가서——

 

단항
…파이논 씨


파이논
아……

 

선택지
벌을 받아도 싸요

 

파이논
그럴지도 모르지만……
「청소부」는 천 년의 목표를 위해 오랫동안 금지된 술법으로 신분과 기억을 유지해 왔어요…. 이건 아마 극도로 뒤틀린 강인함이겠죠?
이만… 여길 떠나는 게 좋겠어요



미미
다들 조금 더 빨리 달릴 수 있을까?
왠지… 또 불길한 예감이 들어!



파이논
……!

 

미미
얘, 얘들아!
어서 봐, 뒤쪽에……


단항
불을 훔치는 자……

 

파이논
결국… 찾아왔구나

 

선택지
지금은 싸움에 연연할 때가 아니에요……


파이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너와 정면 승부를 펼칠 순간을 늘 기다려왔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야…. 여기서 너와 싸우다가 지기라도 하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지겠지
어떻든… 여기서 벗어나야 하니——


뒤돌아보지 말고… 계속 달려요!



파이논
야누스의 비밀 통로—그걸 통해 신계의 호수를 건너야 해요!

조만간 따라잡힐지도 모르니——
멈추지 말고 계속 뛰어요!



겁에 질린 시민
저기! 파이논 님이다!
대… 대체 무슨 일이지?!

 

파이논
어서 신전으로 돌아가서 가족과 친구들을 잘 지키세요!
혼란한 상황이 곧 끝날 거라고… 약속드릴게요!



파이논
…!

 

단항
어떻게……


「불을 훔치는 자」
약속대로… 황혼이 강림했다……

 

파이논
분신술, 환술… 전부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는 꼼수로군

 

「불을 훔치는 자」
「천궁」이… 반환되었다……
이 세계는… 반드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미미
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파이논
네가 찾고 있는 종착지도… 「창세의 기적」이냐?
그렇다면 황금의 후예 편에 서야지! 왜 우릴 가로막는 거냐, 「불을 훔치는 자」?

 

「불을 훔치는 자」
……
약속대로… 황혼이 강림했다……
반드시…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선택지
대화는 포기하는 게 좋겠어요


파이논
이성이 없는 건… 뛰어넘을 수 없는 계곡이나 마찬가지죠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과 미래를 짊어진 저희는……
절대로… 여기서 쓰러질 수 없어요!



마이데이
여긴 나랑 카스토리스에게 맡겨


트리비
파이, 여기야!


마이데이
…가봐!



미미
흐아, 정말 아찔했어……

 

파이논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야…. 불을 훔치는 자는 마이데이도 막지 못할 정도로 온갖 기이한 술법을 부리잖아
녀석을 두 번씩이나 전장에 홀로 남겨두게 될 줄은 몰랐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겠지

 

단항
트리비가 따라오지 않았어요…. 상층에 남아 마이데이 씨를 도우려는 걸까요?
스텔레, 계속 달릴 수 있겠어?

 

두려움에 빠진 시민
천부시여… 저희를 구해주십시오!


단항
누군가 도움을 청하고 있어… 저쪽이야!

 

파이논
검은 물결 창조물이 시민을 위협하고 있어요——
두고 볼 수만은 없으니… 속전속결로 끝내버리죠!



파이논
저 무지갯빛 장벽은……

 

단항
히아킨의 능력인 건가요?



파이논
당분간은… 안전할 거예요

 

두려움에 빠진 시민
가… 감사합니다, 파이논 님!

 

파이논
감사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습니다. 조금 전 검은 물결 창조물은 이 장벽을 뚫지 못했죠……
이 익숙한 기운은 히아킨이 치료할 때 사용하는 명광술과 비슷해요…. 그보다 훨씬 강력할 뿐이죠

 

단항
성공했나 보군요

 

파이논
…그러게요
시민 여러분! 저와 동료들은 이만 가봐야 합니다. 지원군이 오기 전까지……
이 장벽에서 한 발짝도 나가시면 안 돼요——이건 반신이 된 히아킨의 신의 기적이니… 그녀의 신념을 믿어주세요

 

침착한 시민
히아킨 님도 아글라이아 님처럼 반신이 되셨다니……
알겠습니다…. 파이논 님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 히아킨 님의 비호를 벗어나지 않을게요!

 

파이논
전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습니다. 금방 돌아온다고 장담할 수도 없죠
하지만 최선책이 없더라도… 전 사명에 부합하는 결정을 내리겠어요!

 

파이논
시장 사람들도… 고통받고 있을 거야
히아킨이 늦지 않게 그들을 지켜줘야 할 텐데……



파이논
…칼토너스 씨!
어서 상태를 확인하러 가보죠!



파이논
칼토너스 씨! 조금만 버티세요!

 

칼토너스
아… 돌아왔군, 파이논……
불타고 있네… 거룩한 도시가. 난 맞서 싸웠어… 최선을 다해

 

파이논
전선에서 싸울 나이는 한참 지나셨잖아요… 시민들은요? 마모리얼 시장 상황은 어떤가요?

 

칼토너스
대피할 계획을 짜고 있네, 거룩한 도시 호위들이. 하지만… 아무도 몰라, 어디로 가야 할지는……
하늘에서 내려왔다네, 무지갯빛 장벽이. 사람들을 보호했지만… 뿌리 뽑진 못했지, 공포를


파이논
……
어쩌면 이게 앰포리어스의 종말일지도 몰라요, 칼토너스 씨. 터전을 구할 방법은 단 하나뿐이죠……

 

칼토너스
아… 결국 실현되겠군, 천부께서 내린 신탁이……
가봐. 창조하게, 기적을… 되게, 구세주가……

 

파이논
……

 

칼토너스
하나 더 있네… 전할 이야기가
창세의 소용돌이에서… 기다리고 있네, 트리논 님이
안전하다고 하시더군… 케팔의 불씨가

 

파이논
트리논 선생님……


단항
검은 물결 창조물… 다들 단단히 준비하세요!

 

칼토너스
급박하군… 상황이. 내게 맡기게… 괴물은

 

단항
하지만……

 

칼토너스
죽었겠지… 원래라면. 날 남겨뒀다네… 무지갯빛의 힘이
하지만 정해져 있었어… 죽음은. 도망칠 수 없다면……
남겨야 하지 않겠나… 명예를?

 

파이논
……
지금껏 자신과 다른 사람을 위해——명예를 단련해 왔으니 부디 신세계에선 전쟁 없는 삶을 누리시길 바랄게요


이만 가볼게요, 대대장공

 

단항
저희는… 황금의 후예 목욕탕으로 가죠!


칼토너스
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내 두 손은……
하지만 거룩한 도시의 내일을, 이걸로 지켜야 한다면……
싸우겠다… 끝까지!



파이논
칼토너스 씨는 트리논 선생님이 불씨에 관한 정보를 알고 있다고 했어요——
역시… 사이퍼 씨는 사명을 저버리지 않은 거예요!



단항
황금의 후에 목욕탕이… 텅 비어 있군
여기에도 그 떠다니는 건축 구조물이 있어……


미미
저 건축물에서……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 게… 느껴져


선택지
건축물에도… 기억이 있어?

 

미미
응… 기억의 소재는 앰포리어스 모든 물건에 깃들어 있거든. 벽돌 한 장에도 수많은 과거의 흔적이 담겨 있지


파이논
여기엔 곤경에 빠진 시민도, 검은 물결 창조물도 없으니… 더는 머무를 필요가 없겠죠
내려가죠…. 조금만 더 가면 목욕실이에요



단항
목욕탕 속 물이 이해하기 힘든 방식으로 슬픔과 절망을 전하고 있어……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



미미
녀석——녀석이 쫓아왔어!

 

단항
설마, 마이데이가……

 

파이논
쳇……

 

선택지
내가 엄호할 테니 다들 가!


단항
…아니
파이논 씨, 스텔레와 함께 창세의 소용돌이로 가세요. 전 여기 남아 녀석을 막겠어요

 

파이논
단항 씨……

 

단항
망설이지 마세요——파이논 씨는 재창기의 사명을 짊어지고 있잖아요
앞쪽에 불을 훔치는 자의 분신이 있을지도 몰라…. 스텔레! 넌, 파이논 씨 곁을 지켜줘
앰포리어스인이 「숙명」이란 말을 입에 달고 살듯… 「개척」의 숙명이란 모든 세계의 존망을 우리들과 하나로 연결하는 거지

 

선택지
열차팀 모두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단항
아직 누군가와 영원히 작별할 생각은 없어. 걱정 마, 최선을 다해 살아남을 테니

 

불을 훔치는 자
……
시간이… 없다……
모든 건… 무로 돌아가리라……

 

단항
…어서 가!

 

스텔레
약속 꼭 지켜, 단항……

 

단항
절대 여기서 죽으면 안 돼!


단항
물이 있는 곳이라면 난 그 힘을 빌려 악을 제거할 수 있지

 

불을 훔치는 자
이 힘은… 낯설군……
넌… 누구지…?


단항
일개 나그네일지라도 목숨을 다해 눈앞의 낯선 세계를 지키는 것… 이게 「개척」이 걸어야 할 운명의 길 궤적이야
나는 「무명객」이고, 내가 해야 할 일은……
흩어져가는 모든 희망을 지키는 것이지



파이논
……
따라오세요!



굳센 거룩한 도시 호위병
파이논 님!

 

충성스러운 거룩한 도시 호위병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파이논
절망스러운 순간에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다니… 정말 고마워

 

미미
파이논, 이건……


파이논
불을 훔치는 자가 도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어. 게다가 놈에겐 수많은 분신이 있지—— 제프, 크라테로스 님에게 정예병을 이끌고 가서 성문을 지켜달라고 전해줘——
내가 반환식을 마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시민들을 구해달라고 말이야

 

호위병 제프
분부 받들겠습니다, 파이논 님

 

파이논
므네모시네—— 몇몇 시민들이 생명의 화원에 고립된 채 히야킨의 장벽 속에 숨어 있어. 파견병을 보내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겠나?

솔직히… 나도 그들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 잘 모르겠어

 

호위병 므네모시네
그건 저한테 맡기시죠. 파이논 님께선—— 사명을 완수하는 데 전념하세요

 

파이논
응, 스텔레 씨와 단항 씨는—— 너희가 직접 호송을 부탁해

 

선택지
파이논 씨, 저희한테 뭔가 숨기는 게 있죠?

 

파이논
죄송해요, 스텔레 씨. 이번만큼은 제 뜻대로 할게요
아퀼라를 토벌하기 전에 이미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 뒀어요. 언젠가 오크마가 검은 물결에 함락된다 해도…
아퀼라를 처치해 하늘의 저주만 사라진다면… 적어도 당신과 단항 씨는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선택지
진행률이 95%인데, 엔딩을 보지 말라구요?


파이논
괴로운 일이란 건 알아요…. 하지만 평생 원망을 사게 되더라도 전 두 분을 책임져야 합니다
여러분은 제게 「개척」의 정신이 뭔지 가르쳐주셨어요. 제가 내린 가장 올바른 결정은 직감을 따라 여러분을 믿은 거죠
단항 씨께서 「무명객」의 모험 이야이 여러분 들려주셨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두 개였어요. 「벨로보그」 그리고 「페나코니」——
벨로보그 이야기에서는 한 세계의 운명은 그들의 백성이 좌우해야 한다고 했죠. 그리고 여러분은—— 낯선 세계를 위해 목숨을 바치게 되더라도—— 결국 여정을 떠나야 합니다. 구원을 기다리는 다음 세계로 말이죠
그게 여러분의 사명이죠… 걸어온 「운명의 길」이니까요
그리고 페나코니 이야기에서는 단항 씨께서 「감옥 행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여러 무명객에 대해 말해주셨어요. 두 분이 앰프리어스를 위해 같은 선택을 할 거란 걸, 잘 알고 있어요
그 이야기를 들은 후, 저도 몰래 결심했답니다——


파이논
전 절대 여러분의 여정이 여기서 끝나게 두지 않을 거예요, 스텔레. 앰프리어스 사람들은 당아 본 적 없는 천외에서,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겠죠
신탁이 모호해서 황금의 후예가 열두 번째 불씨를 반환하더라도 「재창기」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는 아무도 몰라요…. 「기적」이 천외에서 오신 두 분에게 도움이 될지는 더욱이 미지수죠
알 수 없는 운명에 발을 들여놓기 전, 제가 여러분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여러분이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겁니다

 

선택지
신탁을 떠나서 어차피 지금은 돌아갈 수 없어요

 

호위병 제프
걱정 마십시오, 스텔레 님. 파이논 님께서 리고스 의원님께 두 분의 열차를 수리해달라고 부탁해 두셨습니다

 

호위병 므네모시네
오크마 성 밖에 트리논 님의 백색의 문이 준비돼 있습니다, 스텔레 님

 

파이논
이렇게 무례한 부탁을 드려서 죄송하지만, 저희는 불완전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완벽한 선택은 없죠

 

선택지
영웅은… 홀로 모든 걸 감당하지 않아도 돼요

 

파이논
우리 모두에겐 선택의 권리가 있죠. 만약 제가 여러분을 대신해 내린 결정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당신의 선택으로 새로운 길을 개척해 보세요—— 제일 잘하는 일이잖아요? 안 그래요?
어쨌든… 단항 씨가 아직도 버티고 있으니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진 마세요, 스텔레


언젠가 우리가 별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그때가 되면 늦거나마 축하연도 열자고요



파이논
신성한 물이… 메말랐잖아?
이런! 뭐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군…
침착하자… 다른 입구가 있을지도 몰라. 여기서 가장 가까운 황금의 후에 제의 대야가 있는 곳이……


트리논
…파이

 

파이논
…트리논 선생님!
창세의 소용돌이에서 절 기다리고 계시는 줄 알았어요. 괜찮으세요?


트리논
오크마에 밤의 장막이 드리워진 순간… 신성한 물도 전부 말라버렸어. 네가 조급해할 것 같아서 우리 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지

 

파이논
후… 역시 저를 제일 잘 아시네요
케팔의 불씨가… 어딘지 아시나요?

 

트리논
응, 사이가 불씨를 잘 지켜낸 덕분에… 아무도 그게 어디 숨겨져 있는지 몰라
바르톨로스, 이제 그만 나올래?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큭큭큭! 더는 편지봉투인 척하지 않아도 되겠군요. 답답해서 죽을 뻔했네!


파이논
바르톨로스?! 이게 대체……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어이, 예의 있게 구는 게 좋을걸, 꼬맹이? 온 세계가 노리고 있는 그 불씨가……
…지금 내 위 속에 들어 있으니까!

 

파이논
……
정말… 뜻밖이군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허? 너무 덤덤한 거 아니야? 내가 생각했던 반응이랑 전혀 다르잖아!

 

트리논
바르톨로스… 파이논은 오크마의 영원한 낮에 대한 진실을 아직 모른다고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아차… 그렇네요. 그럼 잘 들어, 꼬맹아!
사이퍼라는 위대한 거짓말로 앰포리어스 전체를 속였어——
너희를 속여 케팔이 짊어지고 있는 그 큰 구체가 오크마를 영원히 비추리라 믿게 했지……
뿐만 아니라… 큭큭큭, 그 멍청한 승급 시련까지 속이고 이 위대한 자그레우스[계략의 티탄]를… 살려냈다!

 

파이논
……

 

자그레우스, 계략의 잔화
…저기, 꼬맹이?
왜… 아무 반응이 없는 거지? 젠장! 진짜 시시하군. 완전 실망이야!

 

파이논
그러니까 오랫동안… 오크마의 영원한 낮을 유지한 건 케팔의 기적이 아니라… 사이퍼 씨가 「계략」의 신권으로 엮어낸 거짓말이란 거네……
그런데 지금 그 거짓말은 깨졌잖아. 그렇다는 건……

 

자그레우스, 계략의 잔화
네 추측대로… 사이퍼라는 세상을 떠났어. 그녀의 모든 거짓말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

 

파이논
하지만 조금 전엔——자그레우스——너도 사이퍼 씨의 거짓말로 연명하고 있다고 했잖아. 사이퍼 씨가 세상을 떠났다면……

 

자그레우스, 계략의 잔화
큭큭큭… 생각보다 똑똑하진 않군. 내가 앰포리어스의 열두 티탄 중 하나라는 걸 잊지 마, 꼬맹아……
게다가 내 위 속에 있는 이 불씨는… 티탄의 생명과 신성을 유지하는 핵심이잖아?

 

파이논
아……
그럼… 이제 불씨를 우리에게 넘겨줄 건가?

 

자그레우스, 계략의 잔화
큭큭큭… 맞아! 그러니까 얼른 고맙다고 얘기하지 그래?

 

파이논
왜지? 신화 속… 자그레우스는 티탄 중 가장 겁이 많잖아

 

자그레우스, 계략의 잔화
휴, 사람들이 지어낸 말로 날 모욕하지 마! 이 몸이 추구한 건 보잘것없는 목숨보다 훨씬 원대한 것이지……
알려줄게! 이 티탄이 평생토록 원했던 건… 사이퍼와 함께 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계략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 세계의 미래에 1억 가지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면, 그중 99,999,999가지는 파멸의 최후를 가리키게 되지……
하지만! 이 절묘한 계략으로 우린 이 세계의 모든 머저리, 악당, 재앙을 속이고 일억분의 일의 가능성을 실현해냈어……
그게 바로… 내가 이런 모습이 되는 걸 감수하고서라도 평생을 이루고자 했던 「신의 기적」 이야!

 

파이논
……

 

자그레우스, 계략의 잔화
불씨를 받아, 꼬맹이! 가서 네 사명을 완수하렴!
명심해——앰포리어스를 구한 건 케팔의 그 머저리 같은 은혜도, 오로닉스의 그 어린애 같은 잠꼬대도 아니라
……
…사람들에게 버림받았던 이 몸의 신력과… 고양이 귀 도둑이 천 년간 지켜온 거짓말이라는 걸!
자그레우스가 위 속에 숨겨져 있던 케팔의 불씨를 꺼냈다
도둑 유형 형태로 줄어든 그 성체는 점점 먼지가 되어 사라졌고, 거침없는 웃음소리도 바람과 함께 멀어졌다…



파이논
분쟁, 죽음, 계략……
재앙으로 여겨지던 부호들도… 구세의 이야기에 흔적을 남길 수 있겠군


트리논
이제 마지막 불씨를 반환할 수 있겠어
거룩한 도시의 신성한 물은 말랐지만… 우리 가 최대한 파구사 사제의 봉인을 뚫어서… 「백계의 문」을 통해 널 창세의 소용돌이로 보내줄게
하지만… 그럼 우리한테 남아 있던 야누스의 신력이 전부 바닥나겠지. 뒷일은 너한테 맡길게, 파이


파이논
……
이별이라… 곧 무감각해질 것 같네요. 이럴 때가 되면… 전 씁쓸한 작별 인사조차 하지 못하죠

 

트리논
파이……

 

파이논
걱정 마세요, 트리논 선생님. 전 더 이상 아글라이아 님이 오크마에 데려온 빈 껍데기가 아니에요
마지막까지 걸어가지 못한 동료들의 구세의 신념은 제 일부가 되어 한때 잃어버렸던 제 영혼을 하나로 이어주고 있습니다
전 고향을 잃었지만, 선생님과 아글라이아 님, 모두가 함께 제게 두 번째 고향을 만들어 줬죠
지금은, 이 고향도 위험에 처했으니… 제가 여러분께 보답할 차례예요. 모든 염원을 담을 수 있는 신세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신세계에 새로운 아침 해가 떠오르면——모두에게 새로운 여명을 가져다주길 바랄게요


트리논
……
라이아가 바라던 모습으로 성장했구나, 파이
맞아, 여기서 작별 인사를 나눌 필요 없어……
왜냐하면, 예언의 증거가 없더라도 우리 는… 네가 새로운 태양이 될 거라고 확신하거든
그리고 우리 모두는… 반드시 「내일」 다시 만나게 될 거야


 


마이데이
어떻게…


트리비
사람들은 한 사람과 작별을 고할 것이며……


그 사람만이 기적을 보게 될 테니……


… 그것이 운명이노라


여명이 되어라… 구세주



헤르타의 투영
……
불타는 하늘, 파괴된 거대 형상, 도처에 널린 시체라… 정말 엉망이네. 이게 「앰포리어스」 내부 모습이라면 정말 충격일 거야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지만, 이젠 네 견해가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어……
스크루


스크루룸의 투영
그렇다면, 「앰포리어스」 세계의 본질에 대한 제 추측도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겁니까?

 

헤르타의 투영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리고스」 맞지? 아직 그 지능 기계가 죽지 않았다고. 그건 아마 가짜일 거고, 그 몸 뒤에 숨은 존재가… 여전히 우리에게 맞서고 있어

 

스크루룸의 투영
저희 둘이 힘을 합친다 해도 그 보호막을 뚫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죠
지금으로선 저희도 「방관자」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헤르타의 투영
이럴 줄 알았으면 스티븐을 끌어들이는 건데
왠일로 기억의 정원이 은하열차와 협력한다 했어. 「개척」의 힘 없이 이곳의 비밀을 밝히긴 어려웠겠지. 하지만 기억의 정원은 무사하고 무명객만 봉변을 당했으니, 하여간 호기심이 야키를 잡는다니까


저기 커다란 거 말이야——운석을 뽑아내고 있는 저 검은 구체가…… 「절멸 대군」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스크루룸의 투영
안타깝게도 홀로그램을 통해서는 계산력이 한정되어 있어 운명의 길 에너지를 분석할 수 없습니다
제안: 현재로선 두 무명객을 찾는 게 급선무입니다. 「파멸」에 대한 연구는 우선 순위를 잠시 낮춰두시죠. 한시라도 빨리 그 지능 기계가 반격하기 전에 뭔가를 알아내야 합니다

 

헤르타의 투영
됐어, 괜히 긴장하게 되잖아. 우리가 협력한 게 몇 번인데~ 그때마다 처리는 완벽했다구
임무를 하나 더 추가해 볼까? 카드놀이 하는 그 기억하는 자의 말대로라면, 얼어붙은 그 개척 소녀도 앰포리어스에 갇혀 있을 거야

 

스크루룸의 투영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저도 Mar. 7th 씨의 행방을 함께 추적해보죠
……


헤르타 씨, 들리십니까? 산간 도시의 중심부에서 울부짖음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곳의 생명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군요
결론: 나비는 이미 날개짓을 하고, 폭풍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무명객은 중요한 동맹이며, 저희에겐 중요한 임무가 있죠. 헤르타 씨, 부탁드리니……
결정을 내려야 할 때는 개인적인 관심사로 정신이 산만해져선 안 됩니다


헤르타의 투영
……
당연하지
흠, 운명은 정말 주사위 게임 같다니까, 스크루. 누가 알았겠어? 그건 우주를 도탄에 빠뜨리고 지식학회를 뿔뿔이 흩어지게 했지. 내가 솔리톤 알고리즘을 풀어낸 후에야 그 여파가 사라졌다고
그런데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은하 한구석에 그 물을 빠져나간 물고기가 돌아다니고 있을 줄이야. 그리고 또 하필 그게 「절멸 대군」의 요람이 되다니……
앰포리어스 비극의 근원은……


지금까지 남아있던 「제왕의 셉터」였어



■■■■■
……
이게 세계의 원래 모습인가요?
그럼 당신은 왜 여기 나타난 겁니까?


…대답해 주시죠, 리고스 님

 

리고스
하… 소용돌이에 또 한 분의 영웅이 오셨군요. 이게 몇 번째인지 기억도 안 납니다
모든 서사시의 저자는 정해진 예언에 따라 이곳에서 마침표를 찍게 되죠
매 시대의 연산이 그분의 원초적 설계에 따라 이곳에서 끝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긴장하지 마세요, 파이논 님. 전 신탁 속 「창세의 기적」을 직접 보겠다는 순수한 목적으로 이곳에 온 것뿐이니까요

■■■■■
…당신은 불을 쫓는 여정에 관심이 없었잖아요. 동료들과 제가 불씨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피를 흘리며, 희생할 때도 도움을 주신 적이 한 번도 없었죠
매정한 방관자이자 「중립」을 철저히 지키는 안티키테라인이… 갑자기 왜 황금의 후예의 사명에 관심을 갖는 거죠?

 

리고스
외로운 검객이 모든 것과 작별하고 홀로 광기의 바다에 뛰어들었을 때, 전 해안가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위용이 넘치는 맹주가 갑옷을 벗어 던지고 단단한 몸으로 대지의 균열을 막았을 때, 전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고 있었죠


저는 오랜 세월 이어진 불을 쫓는 여정에서 황금의 후예가 겪었던 고통, 결의, 분열과 단결을 전부 봐왔습니다…
여러분이 태어날 때부터 신탁의 인도를 짊어진 것처럼 저도 먼 별에서 온 눈길을 받고 난 후 깊고 어두운 운명을 보게 되었죠……
전 서사시의 가장 충실한 독자이자 영웅들의 모든 위업을 전부 지켜볼 관중이 될 겁니다

 

■■■■■
……
「먼 별에서 온 눈길」이요…?

 

리고스
언젠간 이해할 날이 올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죠
지금은 방관자인 저를 무시하고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하십시오. 파이논 님


■■■■■
……
한때 전 불빛만 쫓아가면 눈앞의 안개가 걷히고 운명이 가장 진실된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믿었어요
하지만 지나고 보니… 저희도, 그들도, 세상을 떠난 이들도 신탁이 약속한 공정함을 얻지 못했던군요

 

리고스
전 소용돌이 밖에서 세상이 무너지고, 사람의 아이가 통곡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파이논 님께선 그 불씨로 옛 세상을 묻어버리고 만물을 회색의 미지로 들어올 거예요——


■■■■■
——괜찮습니다. 전 잔혹한 불을 쫓는 여정으로 인해 환상을 버렸고, 미래는 우리가 들어서길 기다리는 서풍에 물든 이상향일 수 없죠………

앞에 있는 게 혼돈이라면, 제가 찢어버리고……
…첫 번째 태양의 빛을 끌어들이죠


리고스
사람들은 한 사람과 작별을 고할 것이며, 그 사람만이 기적을 보게 될 테니, 그것이 운명이노라

 

■■■■■
……


리고스
이번에는 끝없이 반복되는 서사시에……


■■■■■
…너구나?

 

리고스
……
새로운 장이 펼쳐질까요?


???
…당연하죠
분명 이전과는 다른 낭만적인 이야기일 거예요……


키레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파이논의 메세지⟫

「만약 지금 이곳에 서 있는 게 마이데이모스였다면, 분명 나보다 더 많은 걸 고려하고, 훨씬 더 잘 해냈겠지?」

——아글라이아 님이 떠난 뒤로 이 말이 계속 머릿속에서 맴돌았어요. 어떻게 해도 떨쳐낼 수 없고, 입 밖으로 꺼낼 수도 없는 말이죠.

제가 동료와 전우들의 믿음에 걸맞는지, 그녀의 어깨 위에 서서 모두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지만, 제겐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어요. 「새벽」은 첫 번째 적, 바로 저와 함께해 온 근심과 망설임을 베어 내야 합니다.

그래서 두 분을 돌려보내기로 결심했어요. 이해받지 못하더라도, 이게 두 분에게 제 의지를 강요하는 것이라 해도, 전 그렇게 해야만 해요. 「재창기」의 약속은 모호하고, 그게 앰포리어스 밖에서 오신 두 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건 제가 망설임을 떨쳐낸 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내린 올바른 선택입니다.

예언 속에서 「재창기」의 종착점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뿐이라고 했죠. 그 기적의 증인이 될 기회를 빼앗아서 죄송해요, 파트너. 황금의 후예들을 여기까지 이끈 건 트리비 선생님의 신탁이니… 예언 속 광경을 마주해야 한다 해도, 당신을 위험 속으로 끌어들일 수는 없어요.

돌이켜 보니, 어쩌면 제가 살면서 가장 잘한 선택은 바로 두 분을 믿고 동료가 된 걸지도 몰라요. 앰포리어스의 가장 큰 기적은 창세의 소용돌이의 별하늘 뒤에 숨겨진 비밀이 아니라, 당신과 단항 씨가 하늘 끝에서 내려온 순간일지도 모르겠네요.

개척자 씨, 당신은 제 마음속의 영웅이에요. 만약 예정대로 내세가 도래한다면, 제가 어떤 모습으로 변하든——꼭 세상이 「개척」이라는 기적을 기억할 수 있게 할게요.

그런데 정말 만에 하나… 당신이 제 일방적인 결정과 계획이 마음에 안 들어서 스스로 새로운 길, 아무도 생각해 보지 못한 미래를 열고 싶다면——

——당신은 분명 규칙을 깰 방법을 찾아낼 거예요. 그렇죠?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