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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임무/제4장 - 앰포리어스

스타레일 앰포리어스 - 4.4.8 석판이여, 왜 등불에 비친 그림자를 무시하는가

by 회색둥이 2025. 5. 28.

석판이여, 왜 등불에 비친 그림자를 무시하는가⌋는 ‘거짓말’과 ‘유예된 새벽’이라는 두 겹의 그림자 사이에서, 앰포리어스가 마지막으로 맞닥뜨린 어둠을 그린다. 이야기는 도둑 사이퍼가 사제원 깊숙이 숨어든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케팔과 아퀼라의 마지막 불씨를 손에 넣을 단서—청소부들의 밀서, 무기, 가면—를 뒤적이며, 카이니스의 하수인들과 불을 훔치는 자의 움직임을 읽어낸다. 앰포리어스 방위선이 급히 재편되고 파이논의 출정일이 다가오자, 사이퍼는 단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하늘에서 빛이 사라지기 전에 케팔의 불씨를 훔쳐 ‘미치광이’ 불을 훔치는 자를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곧이어 벌어지는 것은 두 신권 계승자 사이의 숨 가쁜 질주다. 날개도 동료도 없는 불을 훔치는 자은 하늘에 고정된 아퀼라 불씨를 개척자 일행이 가져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사이퍼는 그 약점을 역이용해 케팔의 불씨를 미끼로 삼는다. 분신과 변장으로시간을 벌어가며, 그는 여명의 절벽 꼭대기까지 상대를 유인한다.

 

사이퍼는 불을 훔치는 자와의 결투에서 사망한다. 아글라이아의 영혼은 “가장 완벽한 거짓말은 때론 세상을 살린다.”라고 말한다.

 

한편, 히아킨은 손바닥의 불씨가 떨리며 여명 기계의 소멸을 알리는 것을 감지한다. 그녀는 청룡둥이의 의식을 빌려 하늘로 올라가 ‘천궁의 권능’을 계승하겠다고 선언한다. 의사였던 그녀는 이제 무지개를 내려 어둠 속 생명을 지키려는 반신의 길을 자청한다. 남은 동료들은 지상으로 돌아가 꺼져 가는 도시와 검은 물결을 상대해야 하는 새로운 과업 앞에 선다.

 

“등불”이라 믿어왔던 여명 기계가 단지 시간을 벌어 준 가짜 새벽이었음을 폭로한다. 사이퍼의 기나긴 은신으로 불을 쫓는 여정을 완성하는 시간을 벌었고, 히아킨의 결단이 진짜 새벽으로 이어질 마지막 불씨가 된다. 이렇게 이야기의 초점은 완전히 인간에게 넘어온다. 신도, 영웅도, 기계도 사라진 자리에서 남은 것은 거짓을 기꺼이 이용해 진실을 지키려 한 한 도둑의 희생과, 하늘로 돌아간 의사가 드리울 따뜻한 무지개뿐이다. 이제 앰포리어스의 새벽은 인간이 직접 써 내려가야 할 빈 페이지로 남았다.




사이퍼
누가 제복을 이 따위로 만든 거야? 주머니가 뭐 이렇게 많아…. 이런 유행은 진작 끝나지 않았나?
예전에 「금실」에서 일할 때 이런 옷 많이 봤었지……
아, 찾았다! 이게 뭐야?

 

서적
《청소부의 접선 쪽지》

참주가 죽고 나서 파이논은 수많은 난민을 방위대에 투입하고, 다시 도시의 방어를 재편했다. 배치는 다음과 같다.
마모리얼 시장의 경비 교대 횟수가 늘어났다. 이행시에서 종막시까지 이별의 길 순찰 시간이 1각 앞당겨졌다.
불필요한 문제가 생기지 않게 변화에 각별히 유의하라.
이 쪽지는 똑바로 펴도 다시 말린다. 밀서통에 말아 넣었던 것 같다.

……

████, 불을 쫓는 사제들의 수장.
회색 머리의 중년 █, 허리와 등이 굽어 있으며 오른쪽 목에 화상 흉터가 있다. ██는 문비시 1각에 홀로 독경실에 가서 기도한다.
계단 난간에 노출된 철제 못이 있을 것이다. █████, 사고가 일어나면 ███이 그를 영원히 침묵하게 할지도 모른다.
굳은 암홍색 핏자국이 글자를 가리고, 이름은 피 묻은 손가락으로 지워져 있다.

……

흰색 갑옷과 성녀는 최근 놀빛 정원에 빈번히 출입하며 의사들을 만났다.
대화 중에 하늘의 유민과 태양과 번개의 기사의 과거를 언급했다. 아퀼라 불씨를 탈환하는 날이 임박한 것 같다——
천 년 묵은 원한은 그때 끝날 것이다. 때가 오고 있으니 준비하라.
…새하얀 붕대 안쪽에 쓰여 있으며, 약재의 떫은 냄새를 풍긴다.

 

사이퍼
…쪽지로 연락하는 거야? 연락 방법이 너무 원시적이잖아……
아차차… 재봉녀의 신의 직책이 사라진 후 「누리망」 속도가 5S에서 2S로 떨어졌지……
내가 엉뚱한 사람을 탓했네——2S를 쓰느니 차라리 쪽지를 보내는 게 낫지



사이퍼
가면 아래 어떤 얼굴이 숨겨져 있는지 볼까나——
음… 얼굴은 반반하네. 가면을 쓰지 않았다면, 이 얼굴 아래에 그토록 잔혹한 살기가 숨겨져 있다고 누가 알겠어……
그러니까 얼굴만 보고 그 사람의 성품까지 파악할 수 있겠냐고! 진짜 믿을 게 못 된다니까
재봉녀의 신권이 정말 부럽네. 겉모습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인성을 금실한테 판단해달라고 하면 되잖아



사이퍼
괜찮아 보이는 비수네. 어디 보자……
호우, 크렘노스 강철이잖아——장비가 꽤 고급지네?
일반인치고는 실력도 제법 괜찮았어. 나쁜 길로 빠지지만 않았더라면 오크마의 호위병이 돼서 철밥통을 챙길 수 있었을걸?
정말 아쉽다니까…. 다음 생엔 착하게 살아, 다시는 이런 위험한 일 하지 말고



사이퍼
음… 카이니스에 관한 단서가 안 보여. 얼마나 꼭꼭 숨은 거지? 아니면 치료받길 포기한 건가?
후, 어쨌든 내 할 일은 다 했어. 이제 구세주 일행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앗?! 뭐지——


하늘에서 진동이 느껴져. 설마……
훗… 아무래도 성공한 모양이네
제법인데, 구세주 소년——하지만 천외에서 온 회색 친구한테도 공로가 있다고 봐야겠지?
성격은 좀… 웃기지만 놀랄 만한 실력을 가졌던데
아퀼라의 불씨까지 되찾았으니, 이제……
…불을 쫓는 여정에 남은 위협은 단 하나야


후… 빨리도 왔네. 마음을 준비할 시간은 좀 주지……
그럼… 이 누님이 한 수 가르쳐줘볼까?



사이퍼
오, 왔어? 한참 기다렸다고
네 이름이 검은 옷 검객인지, 불을 훔치는 자인진 모르겠지만——
넌 정말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불씨 냄새만 쫓아오는구나!

 

불을 훔치는 자
……

 

사이퍼
대답하기 싫은 거야, 귀찮은 거야? 그것도 아니면… 멍청한 개라 사람 말을 못 알아듣는 건가?

 

불을 훔치는 자
……
「부세의 티탄 · 세상의 왕좌」의… 불씨…… 반드시… 탈환한다……

 

사이퍼
하하… 가엾은 녀석, 네 계획은 이미 간파했어!
너 말이야——실은 계속 마지막 두 불씨를 노리고 있었지?
하지만 너한텐 날개도, 동료도 없으니… 아퀼라의 불씨가 하늘에 가만히 놓여 있는 데도——
황금의 후예가 불씨를 가지고 지상으로 돌아오길 기다렸다가 힘으로 빼앗으려는 거잖아… 안 그래?


푸하하하, 정곡을 찔렸어? 네가 절벽 끝에서 45도 각도로 애처롭게 하늘을 올려다보던 모습을 몇 번이나 봤는지 몰라. 얼마나… 불쌍하던지!
그 외로운 개를 위로하고자 오늘 특별히 널 위한 선물을 준비했어……
…맞아! 케팔의 불씨가 바로 나한테 있다고
하지만 고양이한테서 빼앗아 가려면……
…먼저 따라잡아야 할 거야!



사이퍼
여기서 토막 상식! 도로스의 고양이는 발만 빠른 게 아니라……
지구력도 끝내줘!



사이퍼
앗! 어, 어느 틈에 내 앞으로 온 거야?!
자, 잠깐! 잠깐! 날 죽이지 마!
케팔의 불씨가 갖고 싶은 거지? 자, 줄게! 애초에 그 구세주 소년이 훔치라고 한 거라 나한텐 쓸모없거든!
음… 우리 둘이 검은색으로 깔맞춤도 했겠다… 이 불쌍한 고양이 목숨 한 번 살려주지 않을래?

 

불을 훔치는 자
……


사이퍼
그래그래, 줍지! 불씨를 가져가고 날 살려줘……


불을 훔치는 자
불… 씨……


사이퍼
…으하하! 역시 떠돌이 개처럼 덜 떨어졌다니까!
멍, 멍멍! 입가에 닿았던 뼈다귀가 날아갔는데, 그렇게 쉽게 포기할 건 아니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누군가에게 따라잡힌 건 이번이 처음이야……)
……


이렇게 신나게 달리는 건 오랜만이네. 내 몸이 풀릴 때까지 계속 버텨줘야 한다?



불을 훔치는 자
창… 세……
반… 드시……

 

사이퍼
말이 느린 거에 비해 달리기는 제법 빠르네?
좀 더 빨리 뛸 테니 놓치지 말라고!



사이퍼
후… 잠깐 좀 쉬자
그 녀석, 벌써 위층에서 날 기다리는 건 아니겠지?



사이퍼
뭐야, 아직 안 왔잖아. 시시하게
그렇다면……


「사이논」
…조금 더 기다려주지!



「사이논」
스틱시아는 정말 아름답다니까… 어라, 불을 훔치는 자잖아?
처음… 아니, 자주 보네. 난 오크마의 영웅이자 앰포리어스의 구세주다!


다들 내가 케팔의 불씨를 반환하고 신세계에서 천지를 짊어질 영웅이 될 거라고 하더군……

그런데 난 공평하고, 공평하고도 도로스 욕설 공평한 성격이거든! 불씨를 원한다고? 그럼 가져가! 정정당당하게 날 꺾은 다음에 말이지!


에휴, 시시해…. 네가 나랑 좀 놀아주길 바랐는데


사이퍼
멍청한 개는 역시 멍청한 개라니까. 같은 수법에 두 번이나 넘어가다니……
…잘 있어, 「불을 훔치는 자」!
에휴, 생각만큼 재밌진 않네…. 상대가 이성을 잃은 미치광이니 심리전에 약한 것도 당연하겠지


(그런데… 정말 따돌릴 수 없는 건가? 믿을 수가 없네)
(녀석이 쉽게 포기할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면……)
(…높은 곳으로 유인해 볼까?)



아글라이아
정말 여명의 절벽으로 갈 생각이야… 사이퍼라?

 

사이퍼라
응. 이미 결심했으니 막을 생각은 마, 재봉녀

 

아글라이아
「세상의 보석」때문에…?

 

사이퍼라
그게 중요해? 어쨌든 넌 내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평생 모를 텐데

 

아글라이아
……


아글라이아
아직도 내가 준… 황금 부츠를 신고 있네
다음에 그 부츠를 신고 달릴 땐… 남의 추적을 피해 도망치는 상황이 아니길 바랄게

 

사이퍼
……


사이퍼
아글라이아… 봤어?


날 따라잡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 「도망」을 위해 달리지 않게 된 지 오래됐다고



사이퍼
구세주 소년! 나한테 제대로 감사해야 할 거야——
너희가 허비하는 1분 1초는… 내가 벌어다 준 거니까!



사이퍼
휴……
끈질기다는 표현은 널 두고 하는 말이겠지?

 

불을 훔치는 자
도망칠 수 없다……
이건… 숙명이지……

 

사이퍼
「숙명」? 훗, 그런 말은 호사스러운 도시 사람들만 달고 사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그 두 글자 없이 살아갈 수 없는 것처럼 굴거든

 

불을 훔치는 자
윤회는……
깨뜨릴 수… 없다……

 

사이퍼
…윤회든 숙명이든 난 몰라! 내 갈 길은 내가 개척해야 하는 법이야. 그렇게 허구한 날 신과 예언만 믿어대니 인간도 괴물도 아닌 모습이 되는 거잖아?

그때 내 상황은 더 안 좋았어…. 난 이 거지 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을 속이고 나쁜 짓을 서슴지 않았지! 진작 내가 운명을 받아들였다면……

이 슬픈 세계는 애저녁에 어두컴컴한 폐품장이 됐을 거라고!


불을 훔치는 자
불씨는……
반드시 내가……

 

사이퍼
에휴… 내가 바보지. 완전히 미쳐버린 녀석이 뭘 알아듣는다고 조언을 해?

미친개—— 내가 널 왜 여기로 유인한 줄 알아? 전에 그 황금털 사자와 격전을 벌였다며?

 

불을 훔치는 자
……

 

사이퍼
아무래도 네 손아귀에서 벗어난 건 틀린 것 같아. 오늘 유산소 운동은 충분히 했으니……

이만 승부를 가려볼까?

같은 「재앙[죽음, 분쟁, 계략]」 신권을 넘겨받은 계승자지만—— 난 그 사자보다 천 년이나 더 오랫동안 반신으로 지내왔다고


이제—— 불씨 도둑, 네놈의 실력을 확인해 주마!



사이퍼
천 년간 살아오면서 내 속도를 따라온 상대는… 네가 처음이야!
하지만 내게 「빨리 달리기」 능력만 있는 건 아니니——그럼 잘 보라고!

 


뭘 공격하는 거야? 세상에, 눈이 좀 나쁜가 봐?

하하하! 똥강아지, 고작 이 정도 실력이었어?
분신 같은 건… 얼마든지 만들어내라고!

 

불을 훔치는 자
방해해도… 소용없다……

 

사이퍼
이제 충분히 놀았으니……
얼른 도망치자!



사이퍼
…이따 봐, 떠돌이 개!


정신 나간 녀석이나… 똑같은 속임수에 세 번이나 당하는 거야


…내가 이겼어, 이 괴물아!



???
오크마 시민 여러분——오늘 여러분께 기쁜 소식과 슬픈 소식을 하나씩 전해드리겠습니다

우선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선 고인의 명복을 빌어주시길 바랍니다. 얼마 전 존경하는 대사제 포로스 님이 천부 케팔의 품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부디 편히 잠드시기를……
하지만 시민 여러분,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대사제님은 명석시에 천부의 마지막 당부를 들으며 행복하게 가셨습니다……

이게 바로 여러분에게 전해드리려는 기쁜 소식입니다! 위대하신 부세의 티탄께서 침묵하시기 전, 저의 은사님께 했던 말… 그 말을 지금 앰포리어스에 계신 모든 분들께 전하겠습니다!

「신탁이 내려졌으니 나의 사명은 끝났다. 이제 나는 적막으로 돌아가리라——」

「영원한 밤이 찾아올 테지만… 여명 기계가 거룩한 도시를 보살필 것이다. 황금 피가 흐르는 사람의 아이가 기적을 행하기만을 기다리며 『영원히』!」

 

감사하는 시민
영원히…?

 

분한 시민
천부의 사랑은 시간을 초월해… 끝없이 이어지리다!

 

「아티쿠스?」
시민 여러분! 신임 사제로서 제안하건데… 여명의 절벽에서 백일 간 연회를 열고 천부께서 내리신 선물에 감사를 표합시다!

저희의 사명은 천부의 말씀을 확고한 신념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백번의 새벽에 걸친 연회가 지속되는 동안 앰포리어스의 사람의 아이는 모두——

 

사이퍼
——여명 기계의 빛이 영원히 꺼지지 않으며… 케팔의 가호에 끝이 없다는 걸 믿게 될 겁니다!



사이퍼
「그대는 탐욕과 동행하고, 푼돈 때문에 죽을 것이다……」
하… 예언 속 「푼돈」이란 게……
글자 그대로의 뜻이었구나……
아티쿠스… 클록… 넌 정말 착한 사람이야……
네 신분을 훔친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하는데……


또 너에게도 사과하고 싶어… 라이아……
그때 난… 클록, 클록… 반드시 오크마를 떠나야 했어……
넌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데 선수잖아… 네 곁에 남았다면……
내 나약한 거짓말이… 머지않아 들통났겠지
한 번 더… 우연히 네 공방방을… 지나가다가……
너랑 트리비 언니한테… 혼나보고 싶어……
정말… 미안해……
결국… 끝까지… 난……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네……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해낸 게 있어……
케팔의 불씨가 이곳이 아닌… 안전한 곳에… 있잖아
끝까지 난… 도둑이었지만……
…그래도 불을 쫓는 여정에… 도움이 되었겠지?
라이아… 들려?
뭐라고… 말 좀 해 봐……
부탁이야……


……


아글라이아
넌 앰포리어스의 숨은 영웅이야, 사이퍼라. 네가 우리 모두를 구했어.



사이퍼
모두를 속일 수 있는 기발한 거짓말이 있다면……


그게 바로 진실이 되는 거 아닐까?


아글라이아
거짓말은 결국 거짓말일 뿐이야, 사이퍼라
다만, 때로는… 그게 솔직함보다 고귀할 수도 있지



히아킨
……!

 

단항
히아킨…? 왜 그래?

 

히아킨
손바닥 안의 불씨가… 떨려요. 저희에게 경고하고 있어요……


파이논 님, 앰포리어스 신화에서——여명 기계는 아퀼라가 케팔에게 준 선물이었죠?

파이논
갑자기 그건 왜 물어봐? 우선 지상으로 돌아가서……

 

히아킨
…파이논 님!

 

파이논
……!
맞아, 「아퀼라가 케팔에게 여명 기계를 줬다」는 내용은 대부분의 신화 작가들이 동의하는 부분이지

 

히아킨
……
다들 잠깐만요…. 제 말을 들어주세요
조금 전 천궁의 불씨가 제 손바닥에서 심하게 떨렸어요…. 그러더니 열기가 조금 사라졌답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해 저에게 여명 기계가 꺼졌다는… 메시지를 남겼어요

 

선택지
누구 짓일까?

 

히아킨
…잘 모르겠어요

 

파이논
불씨가 너에게 남긴 소식이 사실이라면 오크마는 여명 기계의 가호를 잃었을 거야……
사방에서 몰려온 어둠이 순식간에 거룩한 도시를 집어삼키겠지. 정말… 처참하겠군

 

미미
파이논… 이 몸도 뭔가를 느꼈어……

 

단항
뭘… 느꼈는데?

 

미미
아까, 히아킨이 말할 때… 수백 수천의 기억 흐름이 우리 발밑에서 흘러지더니 하늘로 올라갔어……
기억의 수도 양도 너무 많아서 두꺼운 요새의 벽을 사이에 두고서도… 선명하게 들렸지……
새, 약충, 인간… 그들의 기억이 한데 엉켜… 모두 울부짖고 있어

 

파이논
……
티탄이 죽어선인 걸까? 그렇다기엔 앞뒤가 안 맞는데……

 

히아킨
이유를 따질 겨를이 없어요! 여명 기계의 빛이 사라지면 거룩한 도시는 금세 어둠에 뒤덮일 거고, 사람들은 터전을 잃게 될 거예요……
여러분, 무사히 지상으로 돌아가셔서 황금의 후예의 사명을 완수하세요. 저는……
청룡동이 씨, 파구사의 신성한 물을 아직 가지고 있죠?

 

단항
……
뭐…?

 

파이논
그건 만약을 위해 가져온 거잖아. 아직 그걸 사용할 때가 아니……

 

히아킨
아니요. 때가 됐어요. 절 위해 소용돌이로 가는 길을 열어주세요. 제가 지상의 사람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은……
아퀼라의 불씨를 되찾고, 그 신권을 넘겨받아……
하늘에 남아서 사람들을 지켜주는 거예요

 

선택지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히아킨
다른 방법을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이러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테니까요


청룡둥이 씨, 부탁드려요

 

단항
…알겠어


단항
「…그 흉거운 춤사위 아래, 연회의 떠들썩함이 세계의 심장 박동을 가리리」
「신성한 물이여, 문을 열어라——」



단항
「무지개다리의 끝에서 하늘의 자손이 조석을 메꾸리라」
역시… 트리스비오스의 예언이 맞았네

 

히아킨
두 번째 보는 거지만 여전히 대단하네요……
분명 이 세상의 강, 바다와 완벽한 조화를 이룰 거예요

 

단항
하지만 아쉽게도 스텔레와 난 여기 남을 수 없어… 우리에겐 소중한 동료와 돌아갈 곳이 있거든

 

히아킨
은하열차라고 했죠?
여러분이 자주 얘기하던 Mar. 7th, 삼칠동이 씨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어요

 

선택지
둘이 정말 잘 통할 거야

 

히아킨
세 사람이 즐겁게 여행하는 모습이 그려져요

 

선택지
그럼 히아킨 넌? 넌 슬프지 않아?

 

히아킨
당연히 슬프죠. 찌를 듯한 슬픔과 아쉬움 때문에… 마음이 괴로운걸요

 

단항
근데 왜 애써 괜찮은 척을 하고 그래? 여기 너의 연약함을 비웃을 사람은 아무도 없어

 

히아킨
하지만 전 놀빛 정원의 의사잖아요. 단항 씨. 병으로 괴로워하는 환자 앞에서 슬픈 표정을 숨기는 건 의사의 기본 소양이라고요
게다가 지금 병에 걸린 건 제가 사랑하는 이 세계잖아요. 그러니 제가 어떻게 슬픈 표정을 내비치겠어요?

 

스텔레
……

 

선택지
안녕, 히아킨티아

 

히아킨
모두, 안녕……
부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 되어주세요. 서사시의 마지막 「빈 페이지」 속 사람들의 삶과 이야기는……
제가 마지막까지 꼭 지켜낼 테니까요



클레멘타인
히아킨 님… 정말 떠나실 건가요?

 

히아킨
네! 파이논 님이 출정 날짜를 정했거든요. 천궁 영웅의 후예로서 단단히 준비하고 책임져야죠

 

클레멘타인
그럼 이 새롭게 열린 「놀빛 정원」은……

 

히아킨
자신을 믿으세요, 클레멘타인 씨! 당신은 이미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해낼 수 있는 뛰어난 의사잖아요
환자들도 당신을 믿고 있고, 당신도 그 기대에 부응하고 있어요…. 그거면 된 거죠, 안 그런가요?

 

트리비
클레멘타인은 의술이 뛰어나잖아——우리 도 너가 놀빛 정원을 잘 일궈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믿어

 

클레멘타인
감사해요, 트리비 님! 최선을… 다할게요
다만… 제겐 아직 히아킨 님과 같은 그런 자신감과 확신이 부족해요. 히아킨 님은 심각한 병이나 부상 앞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으시잖아요……

 

히아킨
……
사실… 저도 모든 일에 자신이 있는 건 아니에요, 클레멘타인 씨
그저 제 불안을 잘 숨기는 것뿐이죠——그게 중요한 소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클레멘타인
히아킨 님을 자신 없게 하는 일이라니… 상상이 안 가네요


히아킨
그럼… 예를 들어 볼까요? 마침 트리비 선생님도 계시니……

 

트리비
…응? 우리 랑도 관련이 있어?

 

히아킨
불을 쫓는 여정을 예로 들어볼게요. 아글라이아 님께서 오크마를 다스리기 시작한 후로 불씨를 집어쥔 모든
황금의 후예는——앗, 아낙사 선생님을 제하고——아글라이아 님께서 직접 선택하셨어요
저만 빼고 말이에요…. 영웅 셀리오스께서 자신의 혈통을 「천궁」의 후계자로 정했거든요. 아글라이아 님이
떠나는 순간까지도… 제 잠재력을 인정받았는지 알 길이 없어요
그래서 제가 이 사명을 완수할 수 있을지… 항상 불안하답니다

 

트리비
헤헤……

 

클레멘타인
트리비 님… 왜 웃으세요?

 

트리비
그야 히아가 원하는 답이 너무 간단하니까! 조금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금방 답이 나올 거야——
생각해 봐! 라이아의 성격상 너한테 그만한 자질이 없다고 판단했다면……
다른 계획을 세워뒀을 것 같지 않아?

 

히아킨
……
헷…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네요

 

클레멘타인
제가 아글라이아 님 같은 혜안을 지닌 건 아니지만… 전 히아킨 님의 신념을 믿어 의심치 않아요

 

히아킨
고마워요, 클레멘타인 씨!

지금 바로 알려줄게! 우선 눈을 감아봐——



트리비
「장엄한 열두 티탄이」

 

히아킨
「장엄한 열두 티탄이……」

 

트리비
「세계의 기둥을 받치고」

 

히아킨
「세계의 기둥을 받치고……」

 

트리비
「저희는 세계의 균열을 메우기 위해」

 

히아킨
「저희는 세계의 균열을 메우기 위해……」

 

히아킨&트리비
「…신성을 바라오니——」
「육신에 황금의 피를 붓고……」


「메마를 때까지 신탁을 위해 다할 수 있게 하소서」


트리비
「불씨」를 바쳐라, 황금의 후예여




이카
두… 두, 두두!

 

트리논
히아, 이들은……


히아킨
솔라비스 님, 루나비스 님……
하늘의 후예의 사명을 완수했으니… 두 분도 이제 수호를 마치셔도 돼요

 

루나비스
고마워, 히아킨……

 

솔라비스
우리가 그 거짓 전설의 시초일지라도 우리를 해방시켜 줬잖니

 

히아킨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두 분의 날개가 없었다면 저흰 조석의 눈에 발이 묶였을 거예요
오크마가 위태로우니 전 한시라도 빨리 반신의 직책을 넘겨받아 하늘의 힘으로 모두를 보호해야 해요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또 어떤 시련이 저를 기다리고 있나요?

 

루나비스
난 네가 해야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한단다… 히아킨


네 생각은 어때… 셀리오스?

 

하늘의 소리
……
하늘의 자손이여……

 

히아킨
셀리오스 님?

 

하늘의 소리
역시… 오랜 세월을 거치며 당신의 의지는 티탄의 신성과 뒤엉켜 하나가 되었군요
정말… 후회… 되는군……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지……

 

히아킨
……

 

하늘의 소리
인간의 마음속 어둠이… 내 눈과 귀를 가려서……
그들 깊은 곳의 강인함을… 알아채지 못했구나……


히아킨
…전 그날 자리에 있던 사람 중 무고한 이가 얼마나 되는지, 또 벌을 받아야 할 자가 얼마나 되는지 몰라요
그러기에 그들 대신 당신을 용서할 수 없어요, 셀리오스 님……
선조들의 정신은 저와 공명하고 있죠. 당신이 저희 일족을 추방한 걸 그분들은 쉽게 용서하지 못 할 거예요. 하지만……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모두가 인정하는 부분이 있답니다. 그건 누구도 왜곡할 수 없는 당신에 관한 진실이죠——


창을 들고 신에게 대항한 용기만큼은 진실되고 순수한 것이었어요. 그 용기는 불을 쫓는 여정에 오른 후손에게 이어져 더 단단해지고 널리 퍼졌죠


크리스포
직접 이 시대를 여신 겁니다, 셀리오스 님……


엑트라 장군
영웅이 탄생하고, 서사시가 넘쳐나는 시대이자……


야신타
인간에게 희망의 불씨를 남긴 시대 말입니다

 

하늘의 소리
흠……
어쩌면… 이게 내가 바라던 것일지도 모르겠네……
이제… 마음 편히 눈감을 수 있겠군……

 

히아킨
사실 가장 어두웠던 그 순간에도 셀리오스 님의 마음속엔 인간을 향한 연민이 남아 있었던 거죠?
티탄의 신력이 있음에도… 하늘을 추락시켜 인간을 벌하지 않으셨잖아요. 어쩌면 당신도 구해줄 사람을 기다리고 있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걱정 말고 제게 천궁의 권능을 넘겨주세요. 전 일개 의사이나 힘을 받아도 셀리오스 님만큼 강해질 수 없겠지만……
다행히도… 이 세계에는 더 이상 비바람을 부르는 반신이 필요하지 않아요. 제가 해야 할 일은 하늘과 하나가 된 후……
…따뜻한 무지개를 내려 최대한 많은 생명을 지키는 거죠
아낙사 선생님… 그 수업 기억나세요?
결국 선조들의 길을 따라 하늘로 돌아온 저는… 지상으로 돌아가 인간과 함께 동행할 수 없게 됐어요


하지만……
그래도 제 꿈은 이루냈답니다



파이논
고마워…. 히아킨티아

 

단항
하늘이… 불타고 있어

 

파이논
오크마의 여명이… 꺼지다니……
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선택지
신탁에 이런 내용은 없었나요?


파이논
그런 기록이 있었다면… 트리비 선생님이 미리 말씀하셨을 겁니다
히아킨이 천궁의 권능을 넘겨받는다 해도 이 어둠을 몰아내진 못할 거예요……
검은 물결의 힘은… 티탄의 권능으로도 꺾을 수 없어요
그저 히아킨이 더 많은 생명을 지켜주기만을 바라야죠……


미미
이게… 오크마의 종말인가……

 

파이논
포기하지 마, 인도자인 우리가… 방향을 잃어선 안 돼

 

단항
뜻밖의 사건이야말로 저희의 여정에서 가장 흔히 있는 일이죠. 무슨 일이 있든 끝까지 오크마와 함께할게요
저기——보이세요? 파괴된 구조물이 떠다니는 재질로 변한 것 같군요……


파이논
이런 현상은 처음 봐요…. 검은 물결 때문인 걸까요? 설명이 부족한 것들이 너무 많은데… 우리에게 시간이 없네요
전 사이퍼 씨가 소임을 다하셨으리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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