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상자여, 홀로 과거를 담아주오」는 사이퍼와 바르톨로스의 보물 탐색 여정을 통해 과거의 비극과 인물 간의 복잡한 감정선을 조명하는 에피소드다. 두 도적은 스틱시아 유적에서 고대의 보물과 기록들을 발굴하며, 점차 사이퍼의 과거와 그녀를 감시하는 존재 ‘재봉녀’ 아글라이아와의 관계가 드러난다. 탐색 과정에서 바르톨로스는 의식을 침식당해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민감한 정보를 누설하고, 이를 통해 사이퍼는 그가 자그레우스—즉, 계략의 반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이 여정은 단순한 보물 찾기를 넘어, 황금의 후예인 사이퍼의 정체성과 과거의 상처, 그리고 아글라이아의 죽음을 암시하는 감정적 전환점으로 이어진다. 마지막에 사이퍼는 재봉녀의 유언을 받고 오크마로 돌아가기로 결심하며, 자신의 정체성과 책임을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 에피소드는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과거를 무겁고도 서정적으로 풀어낸 장이며, 향후 전개에 중대한 전환점을 마련한다.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그나저나… 누님, 제가 없을 땐 어떻게 보물을 찾으시나요?
사이퍼
흥, 어디서 날 떠보려고? 어림도 없지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큭큭큭, 정말 눈치가 빠르시군요……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큭큭큭, 재밌네요. 정말 재밌어요……
사이퍼
이 장치는… 오로닉스의 사제가 설계한 장난감인가? 어떻게 하는 건지 알겠어?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절 너무 과소평가하시네요, 누님! 뻔송한 곳에 앉아 기다리기나 하시죠, 큭큭큭……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성공이에요! 이제 꼬리가 젖을 걱정은 없겠군요
사이퍼
제법이네. 근데 하나만 경고할게. 물을 절반쯤 건넜을 때 효과가 사라진다면……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그럴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시죠! 20%의 장… 아니, 보물을 위해서라도 편안하게 모시겠습니다!
사이퍼
후… 정말 묘한 느낌이네… 언제 이런 걸 배웠어?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어… 그야 순수하게 독학으로 터득했죠!
사이퍼
도착했어! 저 조명은 좀 끌까? 눈이 부시네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알겠습니다! 저기 있는 장치로 꺼드리죠
사이퍼
킁… 킁킁!
금화와 보석, 그리고 상급 가죽의 냄새야… 정말 상쾌해!
회색 친구랑 핑크 다람쥐 덕분에 이 고성의 보물들이 전부 수면 위로 떠올랐어!
사이퍼
맞아, 바로 여기야——
뭐 하고 있어? 어서 파!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큭큭큭, 알겠습니다! 저만 믿으시죠——
바르톨로스는 발굴 모드를 활성화해 깊은 곳에 묻힌 보물을 찾아냈다……
사이퍼
와… 거대한 보물상자잖아! 비켜봐, 내가 직접 열 테니까!
후… 후후, 풍년이구나~ 굉장한데? 스틱시아인은 대체 어떤 달콤한 삶을 살았던 걸까?
파구사 신자들의 영역답게 바다의 눈물로 만든 장신구가 한가득 들었네…. 자——받아! 너한테 주는 거야. 어울리는지 봐봐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큭큭큭, 감사합니다, 누님!
캬~ 이 보라색 수정의 투명도는… 제 피부색에 딱 맞네요! 역시 사이퍼 누님은 앰포리어스에서 미적 감각이 제일 뛰어난 의적이십니다!
큭큭큭, 어디 한번 착용해 볼까나… 엥?
으앗?! 이, 이럴 수가…. 내 보물이 어디로 갔지?!
사이퍼
하하하하하——
우리가 알고 지낸 세월이 얼만데, 아직도 이런 수법에 넘어가는 거야?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어… 이, 이게 대체……
…아, 그걸 깜빡하다니!
『모두가 사실이라고 믿으면 거짓말도 사실이 된다』——정말 간편한 능력이네요!
사이퍼
이게 바로 『계략』의 반신의 축복이지. 어때, 금실이나 마법 포털 같은 것보다 훨씬 실용적이지?
됐어, 그만 놀릴게. 자, 여기 진품——그러면 계속 길을 안내해 줘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정말 위엄이 넘치십니다, 누님! 다음 보물이 있는 장소를 찾았으니 바로 안내해 드리죠… 큭큭큭……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누님, 이번에 분명 떼돈을 벌게 될 텐데, 누님은 어떻게 쓸 계획인가요?
사이퍼
그야——한 푼도 안 쓸 거야. 나의 그 바보 같은 예언을 잊었어?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아… 기억하죠, 기억하고 말고요! 큭큭큭……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앗! 저건 제...
사이퍼
...응?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크흠, 저건 자그레우스의 손의 제어 장치네요?
사이퍼
호오, 그러게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이 장치는 한 번 가동하면 저 밖에서도 굉음이 들릴 정도예요──정말 멍청하다니까! 그 당시엔 대체……
사이퍼
크흠… 그 당시에 티탄이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걸 발명했는지 모르겠단 건가?
사이퍼
「계략」을 들키지 않으려면, 최소한 입단속부터 잘해야 하지… 안 그래?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어… 크큭큭, 누님 말씀이 맞습니다! 반드시 언행을 주의하도록 하죠!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보물을 찾으러 유적에 갈까나~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보물을 찾으러 폐허로 갈까나~
사이퍼
...그게 뭐야? 음정도 엉망진창이잖아
사이퍼
오, 웬 덩치가 지키고 있네?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그러게요. 정말이지…! 몸집만 큰 머저리에요!
사이퍼
저 얼굴 좀 봐── 어휴, 세상에 저렇게 못생긴 괴물이 있다니, 예잉……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그러게요, 진짜 못생겼네요…. 너무 못생겨서 소화제가 없는 유령인 저조차 토가 쏠릴 지경이에요!
사이퍼
저렇게 못생긴 녀석이 내 얼굴에 상처라도 낸다면, 피도 눈물도 없는 탈탄돈마저 눈물을 흘릴걸?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암요, 그럼 너무 슬플 거예요! 역시 가장 이성적인 방법은 도망치는 거죠, 크큭큭……
사이퍼
그러니까 차라리 네가 나서는 게 어때? 내가 옆에서 도와줄 테니까~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맞아요, 삼십육계 줄행랑을 치는 게 저희 도적의……
사이퍼
…엥?
사이퍼
하! 못생기고 쓸모없는 녀석. 고작 이 정도로 나가떨어지다니, 진짜 시시하네
이봐, 바르톨로스——아직 살아 있어? 살아있으면 찍소리라도 해 봐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넵! 아니지, 찍!
사이퍼
훗, 왜 이렇게 겁먹었어? 벌일도 아닌데 이러면 어떡해?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여긴 이제 안전한 것 같으니, 어서 일이나 해
알겠습니다, 사이퍼 누님!
바르톨로스는 발굴 모드를 활성화해 깊은 곳에 묻힌 보물을 찾아냈다……
사이퍼
킁… 킁킁……
사이퍼
음… 이번엔 별 냄새가 안 나는 걸 보니, 돈 될 만한 물건은 없는 것 같아. 그래도 기왕 파냈으니, 일단 열어보자
어…? 이건……
서적
《스틱시아 난민의 일지》
[균형의 달 ██일]
오늘 이웃집 세 가구가 또 이사를 갔다. 조수가 평소보다 더 높이 차오르고 있다. 우리가 사는 곳의 돌계단 5층까지 잠겼다. 사제들은 계절성 범람일 뿐이며 곧 물러갈 거라고 했지만, 스틱시아에서 30년을 살면서 이런 수위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항구의 레안드로는 사흘 전에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는데 바닷물이 먹물을 탄 것처럼 이상하게 혼탁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속에서 사람처럼 보이지 않지만, 윤곽이 흐릿한 기이한 그림자를 보았다. 돌아온 후에 그는 고열에 시달리며 아직도 몸져누워 있다.
[균형의 달 ███일]
성안의 연회가 갈수록 광기에 휩싸이고 있다. 환희의 달에만 열리던 성대한 연회가 거의 매일 열리고 있다. 어제 안조 가문의 연회에서 평소에 얌전하던 두 부인이 맨발로 포도를 밟으며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더니 흙이 섞인 술을 마시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들은 파구사의 제사 의식을 모방했다고 했지만, 이런 황당한 제사 방식은 들어본 적이 없다.
시장의 물가가 3할 올랐다. 꿀 음료 상인은 최근 양조 과정이 이상할 정도로 어려워졌다며 누룩이 알 수 없이 썩고, 항구에서 들여온 바닷물로 증류해야만 제대로 된 술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다행히 우리 도리스는 정신이 멀쩡하다. 그녀는 우리에게 성안의 물과 술을 가급적 마시지 말라고 권했다.
[긴 낮의 달 ███일]
어젯밤, 항구에서 이상한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악기에서 나는 게 아니라 바다 깊은 곳에서 나는 것 같았다. 낮은 선율이 마치 고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고,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바다로 가야 할 것 같은 충동을 느꼈다. 이웃집 아이 여럿이 어젯밤 잠결에 부두로 나갔다. 아이들은 항구에서 「물속의 여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가까이 가려 했다고 말했다.
사제들은 모든 형식의 음악 연주를 금지하고, 병사를 파견해 부두를 순찰했다. 왠지 모르게 그들이 우리를 지키려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긴 낮의 달 ██일]
오늘 시장에서 천을 파는 노라를 만났다. 그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파구사 신전의 신성한 물웅덩이가 사흘 전에 갑자기 말랐고, 사제들이 갖은 방법을 썼지만 다시 채울 수 없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건 신상 뒤편 벽에 이상한 균열이 나타났는데, 어떤 무늬나 문자 같았지만 그 누구도 해독할 수 없었다고 한다.
노라는 이상한 소문도 들려줬다. 누군가가 꿈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여인을 봤는데, 검은 베일을 걸치고 눈은 바닷물처럼 빛나고 있었으며, 그녀가 꿈을 꾼 사람에게 스틱시아에 곧 큰 변화가 생기고,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사람」만이 구원받을 수 있다고 알려 주었다는 것이다. 소문이 퍼지지 않도록 사제들이 극력으로 막았지만, 성안의 사람들은 이미 그녀를 「예언의 바다의 악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자유의 달 ██일]
결국 이사하기로 결정했다. 바닷물이 부두의 가장 높은 수위선에 도달했지만, 일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외면하고 끝없는 축제에 빠져 있다. 우리 가족은 옆집 밀론 가족과 함께 오크마로 갈 계획이다. 그곳은 세상을 짊어진 티탄의 가호로 아직 검은 조수에 침범당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 밤 부두 북쪽 출구를 통해 몰래 빠져나가기로 했다. 파구사가 우리를 지켜주기를.
[자유의 달 ███ 일]
길에서 사흘째 걷고 있다. 밀론가 아이가 어젯밤에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며 오래된 노래 같은 이상한 말들을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아이의 아버지는 성으로 돌아가 치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비록 우리 모두 그곳에 희망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오늘 아침 언덕에서 스틱시아를 돌아보니, 놀랍게도 이상한 빛이 도시를 감싸고 있었고, 바닷물이 햇빛 아래에서 부자연스러운 파란빛으로 반짝거렸다. 멀리 바라보니 화려한 건물들이 마치 환상처럼 물속에서 뒤틀리고 변형된 것 같았다.
[직조의 달 ██일]
도망치는 동향을 몇 명 만났다. 그들은 더 끔찍한 소식을 전했다. 스틱시아의 바닷물이 때로는 진한 꿀 같고, 때로는 굳은 유리같이 이상한 색과 질감을 띠기 시작했다고 한다. 도시에 남은 사람들은 이상한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고, ██████████████.
더욱 기괴한 것은 밤이 되면 도시 전체가 마치 거대한 태막에 둘러싸인 듯 형언할 수 없는 빛에 휩싸인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런 현상이 파구사의 벌이라고 했지만, 나는 의심스러웠다. 이것은 티탄의 분노일까, 아니면 티탄보다 더 강력한 힘의 농간일까?
우리는 계속 북상해 오크마로 가기로 했다. 길에서 ████████라는 자가 파구사의 분노를 잠재울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그건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지어낸 전설일 뿐이다.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자신의 두 발로 이 재난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다.
[직조의 달 ████일]
오늘 밤, 아이들이 잠든 후 성에서 가져온 바닷물이 담긴 병을 몰래 꺼냈다. 이건 우리가 떠나기 전에 파구사 신전의 신성한 물웅덩이에서 얻은 마지막 한 방울이다. 달빛 아래에서 그것은 이상하게 빛났다. 마치 안에 뭔가가 흐르는 듯하며 평범한 물과는 달라 보였다.
우연히 손끝으로 병을 가볍게 두드리자 먼 곳에서 들려오는 바이올린 소리 같은 기묘한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신비로운 여인이 바다 위에 서서 알아들을 수 없는 곡을 애절하게 연주하는 모습이 보인 것 같았다.
이게 환각인지 현실인지 모르겠지만, 스틱시아 사람들의 슬픔을 들어주는 존재가 정말 있다면, 이 미지의 여정에 오른 우리에게 일말의 희망이라도 내려 주길——그것이 아름다운 꿈에 불과할지라도.
오크마가 눈앞에 있다. 마지막으로 고향을 돌아보니 예전의 아름다운 풍경은 찾아볼 수 없고, 뒤틀린 빛과 그림자만이 해수면 위에서 출렁이고 있다. 마치 새벽 전 파도에 말린 물거품처럼 하나씩 사라지며 차갑고 잔인한 본모습이 드러나는 것 같다……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아이고… 정말 처참해 보이네요. 그들이 오크마로 무사히 도망쳤을까요?
사이퍼
……
아마 아닐걸. 오크마에서 스틱시아 출신은 한 번도 못 봤거든. 심지어 들어본 적도 없어
도로스엔 나라도 남았는데… 여기에는 운이 따라주지 않았나 봐
흠, 생각해 보니 정말 불공평하네. 잘못된 곳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끔찍한 재난을 겪어야 한다니
…. 반대로 오크마인들은 부세의 티탄 덕에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지……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그, 그러게요. 이 세계는 정말 불공평해요……
부세의 티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사이퍼 누님… 예전에 케팔의 사제원에서 수습생으로 계셨다고 하지 않았나요?
사이퍼
…응?
너한테… 얘기했다고? 내가?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그, 그럼요! 분명 제게 말씀하셨어요.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걸요! 시간이 많이 흘러서 기억이 흐려지신 게 아닐까요? 킥, 킥킥……
사이퍼
흠……
…아, 맞아, 생각났어. 내가 얘기했었네. 어차피 벌일 아닌데 뭘, 괴짜 사제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 매일 빛나는 돌 앞에서 사기 치는 걸 지켜본 게 전부야
솔직히 그때 머릿속엔 온통 원로원 노인네들 지갑 생각뿐이라 다른 일은 기억이 잘 안 나——그게 벌써 언젠야, 곧 천 년이 다 돼가는 일이잖아?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아… 그렇군요. 사제들이 입은 옷을 걸친 사이퍼 누님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이 안 가네요
사이퍼
…누가 상상하래? 게다가 천 년 전 사제 가운은 지금이랑 스타일 자체가 달랐다고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하, 하긴, 제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네요…. 그나저나, 그때 사제들에게 뭔가 들은 건 없으신가요? 킥킥킥……
사이퍼
…흠, 수상하게 굴긴. 다음 장소로 가자!
사이퍼
흥, 이건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귀찮게 됐네. 보물이 바로 코 앞에 있는데……
아이고, 길이 막혔네요. 하지만 제게 방법이 있습니다——
사이퍼
이럴 땐… 거대하고, 요란스럽고, 육중한 「자그레우스의 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게 어떨까요?
하… 그게 쓸모가 있을 줄이야. 뭐, 좋아. 네가 조종할 거지?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큭큭큭… 맡겨만 주시죠, 누님!
제게 제어 장치 따윈 필요 없으니까요! 왜냐하면… 크흠, 아시잖아요!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자그레우스의 손, 나의 보물이여——움직여라!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큭큭큭! 효과가 굉장하군요!
사이퍼
훗, 제법인데? 이 물건이 ⌈계략⌋과 무슨 상관이 있는진 아직도 모르겠지만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가시죠, 다음 보물이 있는 곳으로!
사이퍼
어휴, 일단 진정해 봐. 조금 전 네가 물었던 질문에 대한 답이 갑자기 떠올랐어──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엥? 질문이라니, 무슨 말씀이세요?
사이퍼
아까… 그 질문 말이야. 두 번째 보물상자를 파낸 후 네가 나한테 물어봤잖아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음… 죄송하지만 누님, 요새 스트레스가 많으신가요? 제가 언제 질문을 했단 거예요? 환청을 들으신 거겠죠!
사이퍼
오… 그래?
어쩌면 네 말대로 요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나 봐. 아무래도 푹 쉬어야겠어.... 어서 다음 보물 장소로 가자
「도둑 유형」 바르톨로스
보물 장소로, 출발!
사이퍼
(흥……)
사이퍼
산토끼 토끼야~ 어디로 가느냐~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누님, 노래는 제가 더 잘하는 것 같은데요?
사이퍼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로 가느냐~
사이퍼
큭… 킁킁……
사이퍼
아아, 이 냄새… 왠지 이 아래에 굉장한 물건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데?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굉장한 물건이라니! 큭큭큭, 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당장 확인해 보고 싶어지는데요?
사이퍼
아직도 내가 시켜야 해? 얼른 파
바르톨로스는 발굴 모드를 활성화해 깊은 곳에 묻힌……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어?
사이퍼
어머, 이건 「황금 희생양」이잖아? 재밌네! 아무래도 보물을 여기 묻어둔 녀석은 우리와 게임이 하고 싶은 모양이야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음, 이 양머리에 관한 신화가 있지 않았나요? 「불을 무서워하는 자는 양이 되었고, 불을 무서워하지 않는 자는 인간이 되었다」……
사이퍼
양인지 인간인진 그런 건 난 모르겠고, 내가 아는 건 이걸 풀면 보물이 나온다는 거야. 자, 그 영광을 너에게 줄게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수수께끼와 트릭은 제 전문이니 걱정 말고 맡겨주세요~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이 정도는 껌이라고 했죠? 큭큭큭!
사이퍼
사이퍼 누님, 이제 누님 차례예요……
사이퍼
…잠깐, 고개 돌리지 말고 거기 가만히 있어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네? 그게 무슨……
사이퍼
움직이지 말라고 했잖아!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아앗!
아, 아파라! 오랫동안 허리는 본 적도 없는데…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사이퍼
…쉿, 조용! 쓸데없는 말 하지 말라고
그 재봉녀가——전부 듣고 있으니까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뭐, 뭐라고요?! 누님, 그 말은……
사이퍼
넌 구석에 가서 조용히 있어…. 내가 그 여자를 만나볼 테니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이봐, 재봉녀! 수단이 점점 비겁해지는 거 아니야?
네가 나한테 붙여둔 이 작은 귀를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금실 약충⌋
「…훗」
「시간이 흐르니… 나도 자꾸 요행에 의존하게 되네」
「역시 이 작은 약충의 힘만으로는 네 날카로운 눈을 속일 수가 없구나… 사이퍼라」
사이퍼
흥… 네가 바르톨로스의 의식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다고 해도,
난 늘 그랬듯 네 위장을 간파할 수 있어——아글라이아
사이퍼
무슨 꿍꿍이길래 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거지?
너희는 나 없이도 일을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내가 얘기했잖아.
아. 근데 왜 이렇게 구질구질하게 굴어?
사이퍼
이미 나답지 않게 카스토리스와 회색 친구를 도와줬잖아.
그런데도 계속 이렇게 요구하는 건——좀 너무하지 않아?
⌈금실 약충⌋
「나는… 정말 미안해, 사이퍼라」
「평생 온갖 방법을 써봤지만,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얼어붙게 될 줄은 예상 못 했어」
「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알기 위해… 백여 년 동안 고민하고, 반성했어. 하지만 너와 마주해 솔직하게 얘기할 기회를 주지 않았지」
사이퍼
……
⌈금실 약충⌋
「그렇게… 얘기하지 마. 내가 그런 말투를 가장 못 견딘다는 건 너도 알잖아」
「……」
「오래전, 무지했던 난… 침묵으로 인생에서 가장 듣기 좋은 파도 소리를 잃었어」
사이퍼
……
히실렌스 언니……
⌈금실 약충⌋
「그래서 이번엔 헛수고라 해도 이 소식을 너에게 전해야겠어——
난 네가 필요해, 사이퍼라. 황금의 후예의 사명은 네가 필요해」
⌈금실 약충⌋
「너무 오랫동안 미뤄왔던 내 결말이… 마침내 다가왔어.
네가 나한테 품은 불만이 얼마나 많든, 그것들은 내 죽음과 함께 전부 사라지겠지」
⌈금실 약충⌋
「오크마로 돌아와 줘, 부탁이야. 네가 없으면, 그들은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어」
사이퍼
……
…흥. 한번 생각해 볼게, 재봉녀. 다시는 날 감시하지 마…
내 행방을 완전히 잃고 싶은 게 아니라면
⌈금실 약충⌋
「훗… 걱정 마. 다시 한번 네 목소리를 듣고, 네 얼굴을 보고 싶어도……」
「…더는 기회가 없을 테니까. 잘 있어, 사이퍼라」
사이퍼
…안녕, 아글라이아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아이고, 정말 안타깝네요. 그 양머리 아래에 좋은 보물이 숨겨져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사이퍼
결국… 그 보물상자 속 물건들은 저승의 강에 젖어 가치를 잃고 말았네
그 소장품들은 한때 가치가 어마어마했지. 그저 오랫동안 세월에 침식되면서 원래의 모습을 잃었을 뿐이야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음… 누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왠지 좀 슬픈데요?
사이퍼
아니, 지금 그걸 감탄할 때가 아니지! 아직도 조금 전 일 때문에 당황스럽다고요——그 무시무시한 여자가 대체 언제……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아!
⌈아글라이아⌋
다음에 만나면 그녀에게 내 말을 전해줘. 우린 반신으로서의 소임을 영원히 피해 갈 수 없다고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앗, 설마 그때……
사이퍼
생각났어? 내가 대신 상기시켜 줄 필요는 없는 것 같네. 그 여자는 분명 네가 방심한 틈을 타 너의 「주머니」 속에 약충을 넣었을 거야
사이퍼
그 벌레를 얕보선 안 돼. 재봉녀의 금실처럼 굉장한 능력을 가졌거든. 방심하면 곧바로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해——그러고는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을 하게 되지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으아, 마치… 검은 물결 속에서 자라난 세뇌 괴물만큼이나 끔찍하네요!
그럼… 사이퍼 누님은 어디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셨나요? 그 약충이 절 조종해 어떤 말을 하게 했는지 궁금해요
사이퍼
흥, 나한텐 진작 들켰지……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부세의 티탄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사이퍼 누님… 예전에 케팔의 사제원에서 수습생으로 계셨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사이퍼
너랑 난, 천 년 동안 같이 작업하면서 온갖 얘기를 다 했지만 딱 하나, 여명의 절벽에서 겪은 일만은 너에게 털어놓지 않았어
그건… 절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 일이거든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하지만… 음, 어쩌면 아글라이아 님이 누님을 일부러 속인 건 아닐지도 몰라요
사이퍼
내 기억 속 「계략」의 화신은 진실만을 털어놓게 하는 금실을 극도로 미워했어. 그러므로 네가 아글라이아 편을 들어줄 리는 절대 없지……
안 그래, 자그레우스[계략의 티탄]?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흠
정말… 무서울 정도로 눈치가 빠르시군요, 크큭큭……
사이퍼
이 세상에서 네가 아직 살아있다는 걸 아는 건 나뿐이잖아. 네가 티탄의 시련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난 이 세계를 속였다고
그 거짓말이 들통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잘하는 게 좋을걸?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하찮은 목숨이지만, 사이퍼 님을 위해 이 한 몸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사이퍼
몸은 이렇게 쪼그라들었는데 말재주만큼은 여전하다니까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크흠… 그나저나 누님… 그 못된 여자가 한 말을 마음에 두신 건 아니겠죠?
이렇게 여유롭고 즐거운 나날을 뒤로 하고, 힘든 일을 자처하러 갈 필요는 없잖아요… 안 그래요?
사이퍼
……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 돌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해
아글라이아
…또 왔구나, 사——
——어
사이퍼라, 얼굴에……
사이퍼
…옷이 필요해
아무 옷이나 던져주면 돼. 헝겊 한 장이라도 좋아, 상처만 가릴 수 있다면
빚진 돈은… 갚겠다고 약속할게
아글라이아
……
너… 황금 피가 흐르잖아
사이퍼
…그래. 근데 어쩌라고?
맞아, 난 사람들이 말하는 황금의 후예야——강력한 영웅이자, 세상을 뒤흔들 자객이자, 뛰어난 지혜를 가진 대학자지!
아글라이아
사이퍼라……
사이퍼
정말 미안하게 됐네, 그렇게 대단한 녀석들 사이에 나 같은 거지, 좀도둑, 사기꾼이 나타나다니! 차라리 몸에 상처를 내서 이 황금 피를 전부 흘려버린다면……
아글라이아
…그만 말해, 사이퍼라
몸을 좀 녹일 수 있게 옷을 줄게. 그리고……
그리고… 여기 남아 있어. 상처가 다 나을 때까지… 내 작업실에서 지내
사이퍼
…쳇
안 물어볼 거야? 어쩌다 상처가 생겼는지?
아글라이아
……
사이퍼
훗, 하긴. 물어본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난 네 금실조차 속일 수 있는 대단한 거짓말쟁이잖아——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조차 없는데,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
아글라이아
…널 심문할 필요도, 금실을 써서 알아낼 생각도 없어.
네가 한 모든 것은 전부 생존 때문이었잖아. 설명 어떤 대가가 따른다 해도 말이지
여기 남아. 여기선 추위와 배고픔에 떨지 않아도 돼. 내 곁에서라면 이미 찢어진 자존심을 꿰매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거야
사이퍼
나 때문에… 작업실에 안 좋은 소문이 돌까 걱정되지도 않아? 내가 값비싼 옷을 훔쳐 팔면 어떡하려고?
아글라이아
그런 게 걱정됐다면, 애초에 제안조차 안 했겠지
사이퍼
재봉녀, 넌 정말 이상해. 어른들이 거짓말을 달고 사는 아이는 본성을 바꾸기 어렵다고 자주 그랬는데……
…난 그들이 말한 대로 살지 않으려 노력했어. 하지만 솔직히 이젠 너무 지쳤고… 진작 포기하고 싶더라고
근데 왜 내가 널 실망하게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해?
아글라이아
그야——반신의 힘이 아닌 힘차게 뛰고 있는 심장으로——네가 여길 좋아한다는 게 느껴지니까
그래서 넌 여길 자주 지나갔겠지. 하지만 「금실을 짜는 자」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될까 봐, 오래 머물지 못했을 거야
사이퍼
……
아글라이아
네스티아의 직책을 넘겨받은 후,
난 금실이 진실과 거짓을 대신 판별해 주는 일에 익숙해졌어.
하지만 내가 이루고자 하는 사명을 이루려면, 진심으로 상대를 믿고, 의지하는 법을 배워야 해
사이퍼라——넌 내가 이 세계에 건넨 진심이자… 이 세계가 내게 내민 도전장이야
내 곁에 남아. 그 예쁜 얼굴에 상처와 흉이 남아선 안 되잖아
사이퍼
……
말을 너무 빙빙 돌려서 하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그럼… 나랑 약속하자. 하루 동안 후회할 시간을 줄 테니——쫓아낼 거면 이행시가 되기 전에 쫓아내라고!
단항
이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도발에도 반응하지 않고, 싸울 생각도 없어 보이는데——대체 뭘 기다리고 있는 거죠?
리고스
압박하고 불안감을 조성해 초조하게 만드는 전략을 선택한 모양입니다
단항
…흠
황금의 후예를 말살하는 것이 사명인 조직……
리고스
그에 관한 끔찍한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청소부」라고 불리는 이들은 후임자가 「신분」과 「증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연금술로 기억 조작을 강제로 전가한다더군요……
제가 알기로 그 이야기는 사실입니다. 저희가 알고 있는 카이니스 의원님도——실은 역사상 27번째 「카이니스」죠
객관적으로 보자면, 「청소부」의 등장은 필연이자 필수입니다. 다만 사람들은 청소부의 악랄한 행태를 경멸했고, 결국 그들은 역사에 버림받게 되었죠
단항
하지만 그들의 조직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고, 심지어 불을 쏘는 여정을 저지하려 하고 있어요
그 정도로 황금의 후예들이 추구하는 「재창기」를 두려워하는 건가요?
리고스
위태로운 종말 속에서도 이득을 보는 자는 늘 있기 마련입니다
기득권자에게 머나먼 이상을 위해 현세의 지위, 재물, 야망을 버리게 하는 건——기적을 일구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죠
단항
…스텔레는 지금 어디 있는 거지?
내가 그들의 표적이 된 이상, 분명 비슷한 일을 겪고 있을 거야. 무사해야 할 텐데……
리고스
저분은… 크라테로스 님?
크라테로스
드디어 찾았군, 단항. 전서의 석판으로 연락이 닿지 않아 거룩한 도시 호위병은 스텔레와(과) 자네가 변을 당했다고 여기고 있네
어둠 속을 기는 버러지들, 썩 물러가거라! 너희의 음모는 여기까지다
네놈들 뜻대로 독계를 펼쳤으니, 도망치는 편이 좋을 거다. 그러면 목숨만큼은 부지할 수 있을 터……
하지만 다시는 오크마에 돌아오지 않는 것을 권장하지. 그렇지 않으면 분노한 시민들이 너희를 갈기갈기 찢어 죽일 테니 말일세
왜냐하면 아글라이아가 죽었고——거룩한 도시의 시민들은 네놈들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청소부」 수장
훗……
아무래도 그분이 당신을 잘못 판단한 모양이군요
파이논
그분…? 너희 배후에 있는 주동자 말인가?
「청소부」 수장
그분은 당신을 매우 약하다고 여겼습니다. 「악」이라고 굳게 믿는 상대와 싸울 때조차 검을 휘두르는 걸 망설일 거라고 하셨죠
파이논
자비를 나약함으로 오해하다니, 그 주인이라는 놈도 참 콧대 높고 어리석군
저들은 아직 숨이 붙어 있어. 잘 보살피면 며칠 안에 회복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하나만 경고하지——난 너무 오랫동안 인간에게 검을 겨누지 않아 검을 휘두르는 힘을 조절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어. 저들이 살아남은 건 운이 좋았을지……
네가 저들만큼 운이 좋은가… 한번 시험해 볼래?
선택지
파트너, 조금 살벌한데요?
미미
파이논이 진짜 화났나 봐……
파이논
꺼지고, 두 번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가서 너희 주인에게 전해. 불을 쏘는 여정을 막으려면, 전성기 시절 크렘노스보다 더 강한 군대를 모아야 할 거라고
「청소부」 수장
몇 번이고 강조했잖습니까, 파이논 님… 저희는 싸우러 온 게 아닙니다
저희는 여러분의 발을 묶어두기 위해 왔을 뿐이죠
파이논
……
「청소부」 수장
어느덧 저희의 「시간 끌기」 임무가 끝나버렸군요……
파이논
그럼 파이논 님… 기회가 된다면 또 뵙겠습니다
……
미미
괜찮아?
파이논
괜찮아. 시민의 목숨을 인질 삼아 협박하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선택지
하지만 그들이 노린 건 황금의 후예였어요
파이논
네, 아무래도… 원로원 반대파가 불을 쏘는 여정을 막기 위해 최후의 발악을 하는 것 같아요
계략이 드러나면, 그들은 거룩한 도시에서 공공의 적이 될 거예요. 그러면 아무리 행적을 잘 숨긴다 해도……
파이논
…전서의 석판?
⚠️ 해당 전서는 시스템에 의해 자동으로 발송되었습니다
의상공
전 지역 공지: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누리망 서비스가 일시 중지됩니다
의상공
시민 여러분께선 당황하지 말고 집에 머물러 주시길 바랍니다
스텔레
무슨 일이지?
⚠️ 메시지 전송에 실패했습니다
⚠️ 귀하는 서비스 구역에 있지 않습니다. 잠시 후 다시 시도해 주세요
⚠️ ——화이트 리스트 프로토콜 로드 완료——
의상공
일부 구역 금실 가동 중, 내부 긴급 통신에만 사용됩니다
「금실을 짜는 자」께서 사망하셨습니다. 즉시 거룩한 도시로 돌아와 주세요
히아킨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서둘러 돌아와 주세요
단항
지금 바로 갈게
???
「…칼토너스」
칼토너스
음…?
금실 약충
「파이논을 위해 검을 만드는 거, 맞지?」
「네가 제련하고 담금질하는 모습은 정말 오랜만이네. 나도 모르게 넋 놓고 봤어」
칼토너스
너희는… 아글라이아
나와 만나다니, 이런 모습으로. 그렇다는 건……
금실 약충
「그래. 지금, 내 몸은 완전히 파괴됐어. 이 세계에서 『인간』으로서의 내 여정은 끝난 거지」
「이제 우리의 약속을 지킬 때가 왔어」
칼토너스
약속이라, 물론… 기억하고 있네
금실 약충
「너에게 부탁했던 물건, 아직 갖고 있을까?」
칼토너스
너무나도 초라한, 용기지… 네 품격에 어울리지 않는. 그래도 이걸로 하겠나?
금실 약충
「응」
「지난 긴 세월 동안, 내가 쥐고 있던 직물은 전부 차디찬 신성에 물들었어. 그래서 그 색과 촉감, 냄새가 싫어졌지」
「하지만 이건 달라…. 이건 한 소녀에게 받은 선물이거든. 그 애는 순진하고 착해——내가 어릴 때 그 소녀처럼 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칼토너스
전부 준비한 건가… 모두와 작별할 계획을?
금실 약충
「이번 계획은 그리 완벽하지 않을 것 같아. 모두에게 일일이 작별 인사를 못한 게 특히나 아쉬워」
「하지만 지금이 바로 적기야…. 내가 퇴장하면 뒷일에 대한 그들의 걱정이 덜어질 테니까. 이 작별 선물이 성공한 작별의 아쉬움을 달래주지 않을까?」
칼토너스
……
티탄을 위해 발명된, 크렘노스의 주훈 기술. 신성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철저히 걸러질 거야, 인간성의 남은 것들이
그걸 바라는 건가, 아글라이아?
금실 약충
「벌써 몇 번이나 확인했잖아. 맞아, 칼토너스. 날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 줘」
「내 신성을 모아 이 장신구에 넣어줘…. 어쩌면 사명을 완수하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칼토너스
이타적이군, 마지막까지
부러워할 필요는 없네, 그 아이는…. 위대한 일생을 거쳤으니, 네 인간성은
금실 약충
「훗… 네 칭찬을 들으니 안심이야, 대대장공. 그럼 이제……」
「…운명의 마지막 단련을 겪게 해줘」
파이논
도시가 쥐 죽은 듯 고요하네요. 1분 1초마다 마음속에 불안감이 쌓이는 것 같아요
벌써 소문이 퍼졌나 보군요. 사람들은 전부 집에 있고, 시장의 가게들은 전부 임시 휴업을 내걸었어요
선택지
그녀의 계략 같단 생각이 들어요…
파이논
그런 거라면 정말 좋겠네요……
어쨌든 전 못 믿어요. 아글라이아 님이 고작 자격 몇 놈한테 당했다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이 모든 게 계략이라면, 트리비 선생님은 분명 뭔가를 알고 계실 거예요. 다만 그 내용을 대놓고 말하지 못하신 것뿐이죠
어서 선생님께 가보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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