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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 임무/제4장 - 앰포리어스

스타레일 앰포리어스 - 4.4.2 두루마리여, 칼날을 돌아보게 한 적이 있는가

by 회색둥이 2025. 5. 24.

두루마리여, 칼날을 돌아보게 한 적이 있는가」는 지식과 기억, 그리고 감정의 흔적이 교차하는 전환점의 장이다. 개척자는 나무 정원에서 다양한 비정규 도서를 탐독하며 자신과 동료들의 감정과 사고를 탐색한다. 책들은 각각 세르세스와 네스티아의 비극적인 사랑, 교수와 학생 사이의 은근한 연애, 신왕과 티탄 아퀼라의 격전을 묘사하며,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앰포리어스의 역사와 감정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후 미미와 파이논의 각기 다른 독서 취향이 드러나며, 두 인물의 내면이 조명된다. 미미는 점괘와 운명의 상징성에 몰두하고, 파이논은 현실적이고 회의적인 태도로 과거를 회상한다. 이로 인해 키레네라는 과거 인물의 존재가 암시되고, 두 사람의 대화는 미묘한 감정의 교차점을 만든다.

 

한편, 청소부라는 조직이 등장해 개척자 일행을 습격하며 과거의 그림자가 다시 현재로 스며든다. 황금의 후예에 맞선 그들의 출현은 앰포리어스 내 정치적 긴장과 갈등을 드러내며, 평화가 흔들리는 징후로 작용한다.

 

동시에, 히아킨과 트리비는 놀빛 정원의 재건을 준비하고, 오랜 전설과 과거의 역사 속 인물들을 회상한다. 그 과정에서 아글라이아의 쇠약한 감각과 도시의 불안정성이 드러난다.

 

결국 아글라이아는 천궁에서 카이니스의 계략에 말려들며 위기에 처한다. 그녀는 시민과 세계를 위한 희생을 결심하고, 반신으로서의 마지막 순간을 담담히 받아들인다. 그 회상 속엔 사이퍼와의 첫 만남이 삽입되어, 둘의 오래된 인연과 그 뒤에 감춰진 감정이 암시된다.

 

전체적으로 이 장은 회상과 복선, 내면의 흔들림이 어우러져 앰포리어스의 균열을 정서적으로 그려내며, 인물 간 관계의 깊이를 확장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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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도착했다! 지난번에 봤던 그 석판 어딨지? 여기였나? 아님 여기…?

이 몸은 먼저 갈게! 이제부터 자유 활동 시간이니까, 너도 푹 쉬어!



지난 몇 달 동안, 당신은 몇 번이고 이곳에 와 지식의 바다에서 당신의 입맛에 맞는 정수를 찾아 건져 올렸다. 당신은 단항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야 아무도 당신의 독서 취향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 않을 테니까.
두루마리 모니터에 작은 글귀가 나타난다. 「비정규 도서는 대여 후 제자리에 돌려놓고, 나무 정원 교수님들께 들키지 않도록 주의할 것(느낌표×10)」
보아하니 나무 정원의 학자들은 심오한 학술 탐구 속에서도 소소한 취미 생활을 놓치지 않는 듯하다. 당신은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선택지
《금기의 사랑: 나무와 나비》

 

그녀는 꽃바다를 거닐며 날아다니는 나비의 한쪽 날개를 찾으려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세르, …모든 꽃에는 꽃말이 있다고 들었어」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목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세르세스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가장 특별한 제자에게 느긋하게 대답했다.

「너의 꽃말은 뭐지?」
「안타깝게도 난 꽃이 아니라 나무야」
「음……」

이 대답은 상대방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불만과 아쉬움이 섞인 소리가 들려오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음, 비유하자면… 『지성』이라고 해야겠지」

그래도 목적을 거의 달성했다. 아마 이 근처겠지? 이제 미끼를 찾아 그녀를 낚아야 한다.

「…지적이면서 낭만적이라고?」
「그건… 내가… 겨울잠을 자서 그런가? 봐. 긴 꿈속에서 난 수많은 연인과 약속했거든」
「……정말이야?」

나비 소녀가 세르세스 앞에 있는 덤불에서 폴짝 뛰어오르자 그녀는 깜짝 놀랐다. 둘의 거리가 완전히 좁혀졌기 때문이다.
가까이서 네스티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반짝이는 입술이 눈에 들어오자, 세르세스의 얼굴은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로 살짝 붉어졌다.
물론 동요는 한순간이었다. 세르세스는 양손으로 소녀의 허리를 감싸고 무를 뽑듯 화단에서 그녀를 들어올렸다.

「물론 거짓말이지. 잡았다」

그녀를 땅에 내려놓고, 거목의 화신은 잎으로 나비의 날개를 쓰다듬으며 상대의 상태가 정상이라는 걸 확인한 후에야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그래서… 이제 말해 줄래? 왜 날 피하는 거야?」
「……」

「너희 둘, 우리 집 안틸라 화원에서 소란 피우지 말아 줄래?」
차가운 목소리가 때아니게 울려 퍼지며 두 사람의 생각을 끊었다. 꽃바다의 주인, 죽음의 화신에게 이런 생기 넘치는 분위기는 천적과 같았다.

「죄송해요…. 지금 바로 떠날게요. 제 하소연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타나토스 씨. 세르, 우리 나무 정원으로 돌아가자」
「그래…… 귀찮게 해서 미안해, 타나」
「너희 둘은 정말이지… 휴, 근데 세르세스」
「……?」
「…너도 눈치챘을 텐데?」

씁쓸한 맛이 다시 입안에 퍼졌다. 세르세스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옛 친구에게 작별을 고했다.

나무 정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네스티아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세르세스가 한 번 물어봤지만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다. 그녀는 말을 꺼낼 기회를 잡지 못하고 발밑의 길만 쳐다보는 수밖에 없었다.

——귀에 거슬리는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천재… 그게 뭐 어때서? 그녀는 마치……」
「너무 무서워…」

엄숙해 보이는 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바로 ███, 짜증을 유발하는 원흉이었다.
네스티아는 세르세스를 향해 미소를 짓고 몸을 돌려 떠났다.

███은 나비 날개 소녀가 떠난 방향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시선을 세르세스에게로 돌렸다.

처음은 업무적인 보고와 무미건조한 잡담이 이어지다가 인신 공격 같은 논쟁이 벌어졌다——

「네가 뭘 알아……?」
「알 필요 없어. 직설적으로 말할게, 세르세스——」
「학생, 심지어 자신의 창조물과 사랑에 빠지다니, 이게 정상이야——?」
「퍽!」
이성의 화신은 처음으로 감정에 휘둘렸다. 손바닥이 남은 촉감은 마치 나무의 심장을 태울 듯이 화끈거렸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익숙하면서도 낯선 발소리가 들려왔다. 세르세스는 즉시 쫓아가려고 했지만, 귓가에 울려 퍼지는 말이 발길을 잡았다.
그녀는 넋이 나간 상태였다. 소녀의 그림자가 머릿속에 계속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녀의 결심이 확고해졌을 때는 이미 세 번째 종막시가 지난 후였다.
거목의 화신은 금빛 고치에 다가가 소중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얼어붙은 것처럼 굳어버렸다.

——나비 소녀가 이곳에 살았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뭇잎 탁자 위의 글은 소녀가 그녀를 위해 쓴 처음이자 마지막 연애편지였다.

「세르, 사랑해. 졸업 축하 선물은 받았으니까 날 잊어줘」

…음? 이게 끝인가?
이 러브 스토리는 최악의 순간에 갑자기 끊겼다. 작가가 계속 써 내려갈 의지를 잃은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긴급 상황이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만약 후자라면 불을 훔치는 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선택지
《우리 교수님이 그렇게 부끄럼쟁이일 리 없어》

 

「늦어서 죄송합니다!」
학식의 꽃의 힘으로 넝쿨을 헤치고 교실 앞으로 달려가 안절부절못하며 문을 열었다. 그때 마침 약속한 상대방과 눈이 마주쳤다.
이제 막 서른을 넘긴 교수는 벽의 강의용 석판에 몸을 기댄 채 느긋하게 서 있었다. 학자복은 영원한 밤의 희미한 빛을 받고 은은하게 반짝이며 성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으흠? 첫 수업에 지각이라니. 타나토스를 만나고 싶나 보군……」
이것이 바로 우리의 첫 일대일 수업이었다. 난 시작부터 모든 걸 망쳐버렸다. 세르세스가 이를 보면 부끄러워할 것이다.
그래도 다행히 대책은 이미 세워 두었다.

「죄송합니다, 교수님. 제가 뭐든 해서 책임질게요!」
「뭐든 하겠다고?」
「그, 그게… 좀 봐주세요…」
내 말에 교수님은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럼 자네가 가르쳐 주게」
「잠깐, 교수님?」
「이 논문의 요점을 하나씩 분석해서 천천히 설명해 주게」
이곳에 거울은 없지만, 내 얼굴은 갑작스러운 공세에 빨갛게 달아올랐을 것이다.

「저기, 교수님… 전 아직 실습생인데, 이런 일은 너무 이르지 않을까요?」
「음… 어렵사리 용기를 내서 말했는데! 자네는 내가 준비한 수업을 헛수고로 만들 셈인가? 이 바보!」
「그, 그럼 수업이 끝나고 나서요!」
「…그렇게 말하다니, 좋아. 잊지 말게. 난 아직 자네를 용서하지 않았네…. 오늘은 뭐부터 공부할까?」
「학술지부터 보면 어떨까요? 최근 자연수의 법칙에 대한 새로운 연구가 발표된 것 같아요」
「좋은 생각이군. 자, 빨리 보자고」

그 연구 보고서는 아주 가치 있는 것이었지만, 난 논점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교수님의 날카로운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숫사에 빠져 있는 모습이 어찌나 이성적인지, 역시 내가 아끼는 교수님다웠다.

그 후, 우리는 수업을 충실하게 진행했다. 고전 문학들을 편력하며 새로 편찬된 티탄 신앙에 대한 조사를 굶주린 듯 흡수하고, 마지막에 에리트로케라모스 학파의 신작이 가져다준 꿈속에서 시간이 가는 것도 잊었다.

종막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 퍼지고, 우리는 서로를 바라봤다. 수업이 끝났다. 시간이 직선으로 흐르는 것이 원망스러웠지만,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나를 바라보던 교수님은 잠시 멈칫하더니 뭔가를 결심한 듯 중얼거렸다.

「논문을… 주게. 내가 고쳐 주겠네」
「정말 그래도 되나요?」
「그럼. 자네는 내가 자랑스러워하는 학생일세. 오래전부터 이럴 생각이었어.
「교수님…」
「교수님의 생각, 연구 성과, 교수님의… 모든 걸 알고 싶어요」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이성을 추구하는 두 사람은 본능에 따라 지식의 요점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 수업이 끝난 후, 논문의 감사 글에 이름이 추가될 것과, 이게 우리가 학술연구회를 설립한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이때의 우리는 미처 알지 못했다.

엄청난 충격을 선사한 이 글을 읽고 나니, 당신의 머릿속엔 한 장면만 떠오른다……
…열차, 웰트, 휴대폰
젊은 스텔라론 인간에게 이런 문학은 너무 아방가르드하다

 

선택지
《주먹의 신왕·아퀼라전》

 

……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고 의관을 고친 후, 그는 똑바로 서서 거대한 독수리와 대치했다.

「훗, 과묵한 지오리오스를 쓰러트렸다고 자신이 뭐라도 된 줄 아나? 평범한 자여, 충고하는데……」

신왕은 말없이 아퀼라의 천 개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는 오른팔을 천천히 들어 네 손가락을 모으고, 눈앞의 거대한 존재를 향해 가볍게 까닥거렸다.

「건방지군! 오만하게 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야!」

아퀼라가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자, 그의 거구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 순간,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양 날개를 퍼덕였다. 순식간에 천 개의 깃털이 예리한 검처럼 튕겨져 나와 신왕에게 날아들었다!

모두 알다시피, 천공의 티탄의 깃털은 강철도 뚫을 수 있다. 하물며 평범한 인간의 몸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깃털이 너무 촘촘히 날아들어서 피할 수조차 없었다!

다가오는 칼날 폭풍에 시간이 멈춘 듯했다! 아퀼라는 반응 능력을 강화해 눈앞의 이 건방진 도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신왕이 하체에 힘을 주는 모습을 보고 아퀼라는 속으로 생각했다. 도약해서 왼쪽 또는 오른쪽으로 피하거나, 버티고 서서 온 힘을 다해 방어하겠지. 어느 쪽이든 헛수고다! 깃털 칼날은 바람을 따라 움직여서, 그의 회피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를 쫓아갈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신왕은 피하지 않았다! 그는 전진하며 첫 번째 깃털 칼날을 두 손가락으로 잡고, 몸을 돌려 빠르게 나선을 그리며 초음속으로 그것을 던졌다.

깃털 칼날이 기세를 타고 방향을 틀어 폭풍 안쪽으로 날아가 다른 강철 깃털과 부딪쳤다.

「쨍!」

충격에 깃털은 양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각자 다른 깃털에 부딪히더니 다시 궤적을 바꾸었다!

「쨍!!!」

마지막 깃털까지 힘이 빠져 공중으로 흩어질 때까지, 쨍그랑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불규칙하게 이어졌다! 신왕은 빼앗은 깃털 하나로 깃털 칼날의 군세를 물리쳤다!

아퀼라는 경악했다! 평범한 인간에게 어떻게 이런 신들린 기술을 지니고 있지?
그러나 여전히 신의 의식의 몸인 그는 당황하지 않았다. 흩어진 깃털이 둘의 시선을 가리는 틈을 타 그는 즉시 강철 대검 같은 날카로운 발톱으로 일격을 날려 싸움을 끝내려 했다.

「쾅!!」

거대한 발톱이 정확히 신왕이 있던 곳에 내리꽂혔다. 지면에는 거대한 힘의 충격으로 커다란 구덩이가 파였다!
이게 아니야! 아퀼라는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빗나갔나? 아니면——
그는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다. 그런데 신왕이 자신보다 몇 배나 큰 그의 날카로운 발톱을 마치 식기를 쥔 것처럼 한 손으로 가볍게 잡고 있지 않은가!

하늘을 뒤덮은 하얀 깃털은 스산한 전장에 기괴한 색채를 더했다. 오만방자한 거대한 독수리는 천 년 만에 처음으로 어안이 벙벙해서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지오리오스조차 나와 싸울 때 내 강철 발톱 피하기에 급급했는데——너, 너 대체 정체가 뭐냐!!!」

「그건 이미 알고 있지 않나? 난 그저 평범한 인간일 뿐이다」

「이 망할——!!!」

아퀼라는 발톱을 거두려 했지만, 신왕의 손아귀에서 굳어버린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퀼라의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 모습에 신왕은 미소를 짓는 듯했다. 이어서 나머지 손을 꽉 쥐고, 티탄의 시력으로도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전력을 다해 일격을 가했다——

「쾅!!!!!」

순간, 성체가 폭발했다!

거대한 파도 같은 힘이 하늘을 흔들었고, 신성한 강철로 주조한 벽에도 금이 갔다. 성전은 곧 무너질 것이다!

그 후로 세상에서 천계가 사라졌다! 앰포리어스의 사람들은 더 이상 하늘의 노예로 살아가지 않아도 된다! 이 모든 것은 신왕의 주먹 한 방으로 이루어졌다!

먼 곳의 티탄들은 동료의 패배를 감지하고 분노의 포효를 내질렀다. 그를 막을 수 없는 것인가? 어떻게 해야 그의 진격을 흔들 수 있단 말인가?

그들은 몰랐다. 신왕처럼 강한 존재라도 평범한 인간의 욕망에 얽매여 있다는 것을——

전투를 시작하기 전처럼 그는 다시 의관을 고쳤다.

「…축하해. 이제 끝이야, 아퀼라. 넌 강해. 천공의 티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강하지」

그는 뒤에서 무너져 내리는 돌담을 무시하고 성전 밖으로 걸어 나갔다. 발걸음은 차분하지만 얼굴에는 실망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날 만족시키지 못한 게 네 유일한 흠이다」

——다음 회:「니카도르와의 전투」(다음 호 휴간)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통쾌한 문학이다.
읽고 나니 온몸에 힘이 넘친다. 마치 당신이 이야기 속 주먹의 신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천공의 티탄 아퀼라? 하하, 별거 아니네.

 

선택지
우선 여기까지만 보자...

 

스텔레
(음... 파이논 씨와 미미는 뭘 보고 있을까?)
(가서 확인해 보자)



파이논
…어?
훗, 어쩐지 등 뒤에서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게 느껴지더라니. 몰래 보는 건 예의가 아니죠, 친구

 

선택지
뭘 보고 있는지 궁금했어요

 

파이논
그러면 그냥 물어보면 되잖아요. 딱히 숨길 만한 책도 아닌데
자, 보여 드릴게요 —— 전 《골동품 감정: 부자가 되는 법》을 읽고 있었어요

 

선택지

이런 취미가 있었어요?

 

파이논

모르셨어요? 저희가 알게 된 지 제법 오래됐는데, 정말 슬프네요……
아그라이아 님이 어떻게 뛰어난 수장이 됐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인격과 품행처럼 종잡을 수 없는 요소 말고도 중요한 게 하나 더 있더라고요. 바로 집이 부유하다는 거죠!
이게 다 어릴 때부터 큰 도시에서 자란 덕분이겠죠? 저처럼 외진 마을 출신의 가난한 아이들은 그렇게 운이 좋지 못했거든요. 운은 7할, 능력은 3할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크흠, 제가 괜한 말을 했군요. 인도자로서 가장 중요한 건 능력과 돈…이 아니라 도덕이겠죠



미미
음……
경작의 달, 종막시, 곡물 같은 농작물을 먹고, 낚시를 금하라……
그런데 지금 앰포리어스에는 낚시할 만한 곳이 없지 않냐?

 

선택지
뭘 보는 거야?

 

미미
으앗, 깜짝이야!
…스텔레, 갑자기 이 몸 혼자만의 세계에 뛰어들면 어떡해! 당황스럽잖아!
됐어, 농담은 이쯤 해둬. 여긴… 아무것도 없네! 다른 곳이나 가야겠다



스텔레
(수상한데. 미미는 대체 무슨 책을 읽고 있었던 걸까?)



미미
카드에 그려진 그림이 정말 정교하고 멋있네……
「군왕」… 「방직공」… 「방랑객」… 「의사」……
음, 근데 카드마다 달린 해석이 너무 길잖아? 이걸 다 외워야 하나……

 

선택지
뭘 보는 거야?

 

미미
앗! 스텔레? 음… 정말 우연이네! 이렇게 또 만나다니… 우리가 이렇게 잘 통했나?
그런데 너 지금 엄청 바쁘지 않아? 그러니 너는 방해하지 않을게. 오늘도… 아니, 매일매일 행복하길 바라!



스텔레
(진짜 수상하네. 평소랑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미미
……
하어간… 집착 한번 심하네. 됐어, 너 같은 성격은 못 이긴다니까……

 

파이논
무슨 이야기 중이야? 이건… 《앰포리어스 점괘 전서»?

 

미미
넌 또 무슨 일이야!

 

파이논
하하하, 미안. 둘이 쫓는 모습을 보는 순간 보고 있던 책에 대한 흥미가 식어버렸지 뭐야
미미가 점괘에 관심이 있는 줄은 몰랐네…. 근데, 마이너한 취미도 아니잖아. 왜 그렇게 숨기는 거야?

 

미미
서프라이즈를 준비 중이었어. 몰래 공부해서 너희를 깜짝 놀라게 할 생각이었지!
그런데 중간에 들키면 민망하잖아. 소녀의 연약한 마음은 아퀼라의 변덕보다 훨씬 갈대 같은걸……

 

파이논
아, 「서프라이즈」…. 누군가 내게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그녀는 점성술과 점괘, 특히——네가 보고 있는 그런 카드에 일가견이 있었지

 

미미
파이논에게 그런 친구가 있는지 몰랐어. 그럼, 각종 점술에 대해 잘 알고 있겠네?

 

파이논
아니, 전혀 몰라. 어릴 때부터 카드나 뼈로 운명을 점치는 걸 믿지 않았거든
점괘 결과에서 언급한 길조가 사실이었다면… 내 고향 엘리시아 에데스도 사라지지 않았겠지
게다가 우린에겐 트리슨 선생님도 있잖아. 빗나간 적 없는 선생님의 예언에 비하면 모든 점술은 속임수거나 미리 준비해 둔 궤변이니까

 

선택지
가끔 믿는 것도 나쁘진 않아요

 

미미
내 생각엔 점괘는… 마음을 이끄는 힘일지도 몰라
운명은 인간이 자신의 미래를 볼 수 없게 그들 앞길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하잖아
그래서 사람들에게 점괘가 필요한 거야. 미지를 뛰어넘는 용기를 얻기 위해 사소한 이유가 필요한 거지……

 

선택지
나쁜 점괘가 나오면 어떡해?

 

미미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가 있으니까 점괘에 의의가 있는 거지
나쁜 징조도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으니, 일종의 인도라고 할 수 있잖아. 안 그래?

 

파이논
……

 

파이논
이상하네…. 내가 아는 그 친구도 비슷한 말을 했어. 둘이켜 보면 매번 카드를 해석해 줄 때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안했지… 점괘 결과를 믿지 않는다는데도 말이야
그녀의 말투 때문이었을까? 키레네는… 어린 시절의 내가 완전히 빠져들 정도로 환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생생하게 표현했어


참, 키레네가 쓰던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한번 볼래?

 

미미
우와… 굉장하다! 이 몸도 이런 카드를 갖고 싶어

 

선택지
미미 전용 카드를 만들어야겠네

 

미미
음, 듣고 보니 그렇네! 다른 재질이라면 더 좋겠어. 예를 들면… 수정 같은 거!

 

파이논
그나저나 스텔레 씨, 지금껏 계속 얘기하지 못한 게 있어요. 우리가 처음 운명 삼상의 신전에 갔을 때의 상황 기억나세요? 그때, 오로닉스가 우리에게 낸 수수께끼요……


……!
…누구냐?!



파이논
너희는……

 

선택지
다들 조심해

 

미미
우리에게 적대적인 것 같아……


파이논
검은 옷에… 황금 피 장식이 그려진 복면……
…「청소부」인가?

 

「청소부」 수장
훗… 단번에 저희가 누군지 알아채다니 앰포리어스의 버려진 역사에도 일가견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파이논 님

 

선택지
누구에요?

 

「청소부」 수장
아무래도 친구분께서 저희에게 관심이 많은 듯하군요. 대신 설명 좀 해주시겠습니까, 파이논 님? 예의상……
…귀빈께서 이유도 모른 채 죽을 수는 없잖습니까


파이논
…황금 전쟁 시기, 여러 도시 국가들은 황금의 후예에 대항하기 위해 암암리에 자객 부대를 편성했어요. 그게 바로 「청소부」죠
그들의 소임은 황금 피가 흐르는 사람을 세상에서 지우는 거였어요. 암살과 독살, 정치적 박해… 그들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죠

 

「청소부」 수장
다소 편파적인 역사 자료인 것 같군요. 선배님들의 업적을 나쁘게 묘사하기 위해 황금의 후예가 신력을 남용하고 전란을 일으킨 죄행은 쏙 빼놓다니……
그 야사의 작가가 누군지 알려주시겠습니까, 파이논 님? 오크마의 순진한 아이들이 그런 편파적인 이야기에 속아 넘어가게 둘 순 없으니 말입니다

 

파이논
너희들은 역사의 먼지 속에 조용히 묻혀 있어야 했어. 시민 총회는 황금의 후예의 사명에 다시 한번 정당성을 부여했으니까. 너희 같은……
어둠 속 하수인에게 투표할 시민은 단 한 명도 없어

 

「청소부」 수장
그래서요? 저희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해받기를 진작 포기했습니다……
평화로운 나날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황금의 후예에 권력을 넘긴 일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왔었는지 잊었던군요!

 

파이논
억지 좀 그만 부려. 그렇게 입이나 놀리려고 이 먼 나무 정원까지 온 건 아니잖아?

 

「청소부」 수장
정말 시원시원하시군요, 파이논 님. 전 당신 같은 사람을 상대하는 게 참 좋습니다
그렇다면 짐작은 가시겠군요? 저희가 이렇게 여러분 앞에 나타난 이유에 대해 말이죠……

 

선택지
고작 몇 명으로 우리를 상대하겠다고?

 

파이논
진정하세요, 스텔레 씨. 저들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단 건 저희를 위협할 만한 카드가 있다는 뜻일 거예요
대체 어떤 카드를 가졌는지 한 번 말해봐. 다만, 말실수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


어깨가 욱신거리고 검도 무뎌졌지만… 너희들 허를 베어버리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니까



히아킨
아……

 

트리비
어때, 히아? 여기 딱 좋지?
공간은 좀 작지만, 채광이 완벽해!

 

히아킨
고마워요, 트리비 선생님! 이제 놀빛 정원도 오크마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겠네요

 

트리비
너도 여기가 마음에 들지, 이카?


이카
두… 두두!

 

트리비
헤헤… 여긴 환하니까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예를 들면… 「빛의 정원」은 어때?

 

히아킨
트리비 선생님 말씀도 일리가 있네요. 그래도… 「놀빛 정원」이라는 이름은 하늘의 후예의 유구한 역사를 담고 있으니, 이 이름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요

 

트리비
하긴… 전설에 따르면 뭐라고 했더라? 으음……

 

히아킨
헤헤… 트리비 선생님도 깜빡하는 일이 있네요?


트리비
…우. 우리 는 수업 준비를 안 한 지 너무 오래돼서 살짝 가물가물한 것뿐이야! 우리 에게 조금만 시간을 주면 분명 떠오를 거라고!
…아, 생각났다! 《크렘노스와 창공》 3권 5절에 따르면——


「태양과 번개의 기사 셀리오스가 조석의 눈을 격추한 것은 니카도로와 아퀼라가 백 년 동안 이어온 신의 전쟁에 막을 내렸음을 상징한다……」
「그 이후… 하늘의 백성 세력은 점차 쇠약해졌고, 수많은 하늘 요새는 버려졌으며, 그들의 후예는 대지에 정착해 살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태양과 번개의 기사 셀리오스의 혈통을 물려받은 일족은 세르세스의 학자들에게 받아들여져, 나무 정원에 놀빛 정원을 세웠다……」

 

트리비
음, 역사책에 기록된 내용과 우리 가 기억하는 내용이 좀 다른 것 같긴 한데… 우리 도 당시의 세세한 부분은 기억이 잘 안 나

 

히아킨
깜빡하고 있었네요…. 트리비 선생님에게 역사는 책에 적힌 기록일 뿐만 아니라 직접 겪으셨던 시대이기도 하잖아요

 

이카
두! 두두, 두!

 

히아킨
헤헤, 이카는 역시 이런 전설 이야기를 듣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너도, 언젠가 영웅 셀리오스 옆의 날개 환수처럼 위엄 넘칠 네 모습을 상상하고 있지?
분명 그런 날이 올 거야! 네가 잘 자라주기만 하면……
…앗, 크라테로스 님?



크라테로스
히아킨 양……
…그리고 트리비도, 무사해서 다행이군. 두 사람이 근처에 있다는 시민들의 말을 듣고 한번 와봤네

 

트리비
무사… 하다니? 무슨 일이 생겼어, 크라테로스?

 

크라테로스
시장에서 또 강력 범죄가 벌어졌네. 가게가 완전히 부서진 데다가 약탈까지 당했더군. 이번 주에만 벌써 세 번째야

 

히아킨
마… 말도 안 돼요. 아글라이아 님이 계시는 한, 오크마는 늘 평온할 줄 알았는데……

 

크라테로스
예전엔 그랬지. 하지만 요즘은… 솔직히 말해 그녀의 감각이 예전만큼 날카롭지 않네

 

트리비
라이아……

 

크라테로스
아무래도 금실이 느슨해진 걸 눈치챈 적대자들이 계략을 꾸미고 도발하는 모양일세

 

트리비
시민 총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왜 이런 소동을 벌이려는 걸까?

 

크라테로스
황금의 후예는 단 한 표 차이로 승리했네, 트리비. 수년 동안 싸워온 내 경험에 따르면, 간신히 거머쥔 승리와 불안은 늘 붙어 다니는 법이지


???
…큰일이에요! 히아킨 님… 큰일 났어요!

 

히아킨
클레멘타인 씨…? 우선 진정하고 숨 좀 돌리세요!

 

클레멘타인
세, 세 분! 마모리엘 천궁에… 큰일이 났다고요!

 

크라테로스
무슨 일인가, 의사? 우선 진정하고, 어떻게 된 일인지 얘기해 보게!

 

클레멘타인
아글라이아 님이……

 

트리비
……!


클레멘타인
아글라이아 님이… 큰일 났어요!


조금 전, 마모리얼 천궁에서……


아글라이아
……
900년 전, 원로원이 천궁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이 목욕탕을 만들자고 주장했던 게 아직 기억나네요
그 목적은 첫 번째 불을 쫓는 여정을 기념하고, 오래전 앰포리어스를 위해 큰 희생을 치른 영웅들을 기리기 위함이었어요


「금실을 짜는 자」가 초대한 손님을 제외한 다른 그 누구도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는 규칙 역시 그때 세워진 거고요


그런데… 이젠 규칙을 지키려는 척조차 하기 싫으신 모양이네요. 안 그런가요, 카이니스 님?

 

카이니스
훗, 아글라이아, 아글라이아……
지금껏 신의 탈을 쓰고 인간 세상을 현혹한 불사의 요녀인 널… 우리가 너무 자비롭게 대했던 것 같네

 

아글라이아
자비요? 그런 마음에도 없는 말로 숨길 필요가 없지 않나요? 당신들의……
「무능함」을 말이죠
아낙사고라스 덕분에 당신들은 시민들 앞에서 완전히 체면을 구겼죠. 아직 엄치라는 게 있다면, 종막시에 여명의 절벽에서 뛰어내려 마지막 존엄이라도 지켜야 마땅할 테고요

 

카이니스
반신이여, 목욕탕의 물을 거울삼아 지금의 악독한 얼굴을 자세히 보는 게 어때?
지금의 넌 눈과 귀가 어두워졌지…. 「청소부」는 이 순간을 위해 탄생했어. 모든 질서, 규칙과 법리가 너희를 구속할 수 없게 되는 순간이 바로 비수가 심판을 내릴 차례지

 

아글라이아
수단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급박하다면, 어디 한번 해보시죠

 

카이니스
후… 후후… 반신과 정면 승부를 펼치라고? 우리가 그 정도로 멍청하진 않네
비수는 네 목에 꽂히는 게 아니라……

 

아글라이아
…훗
당신은 제 인간성이 바닥났다고 고발했고, 제가 인간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에 보이는 관심이 모두 거짓이라 질책했죠

 

카이니스
그 고발이 사실이라면… 이 시민들의 목소리로 저와 타협할 수 있을까요?

 

카이니스
뭐, 좋아. 그렇다면 몇 마디 말을 덧붙여 네 반신의 가면을 벗겨주지
좀 전에 말했듯, 지금 네 눈과 귀는 어두워졌어. 요새 오크마에 대한 통제력이 약해졌더군
넌 우리가 시장에서 고의로 일으킨 절도 사건을 보지 못했고, 드로마스 공방에서 우리가 접선하는 것도 듣지 못했지. 눈앞에서 우리가 계략을 꾸미는데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군


인간성이 바닥났다고? 훗, 아글라이아. 그 잘난 금실로 내 생각을 읽어보시지. 우리의 정성스러운 선물에 얼음장처럼 차가운 반신이 감동할지 궁금하군

아글라이아
……
이런 상황에서 더 매정하게 굴지 못하는 제가 원망스러울 뿐이네요. 당신의 사악함은… 정말 답이 없으니까요

카이니스
드디어 내 생각을 읽은 건가? 훗… 정말 둔해졌군 그래. 네가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계속 머릿속에 그 장면을 떠올리느라 힘들었다고


과묵한 소녀
(이 호신석을 선물로 줄게요. 항상 행운으로 가득하고, 누구도 언니를 괴롭힐 수 없었으면 좋겠어요!)

 

카이니스
말도 못 하고 귀도 안 들리는 그 여자아이가… 또 실수 로 두 눈까지 잃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빛을 잃는 게 어떤 기분인진 누구보다 잘 알 텐데. 천 년 전, 어린 나이에 실명된 네가 목소리와 청력마저 잃었다면—— 지금의 아글라이아가 될 수 있었을까?

 

아글라이아
……

 

카이니스
애처롭고도 텅 빈 네 눈빛을 보니… 흥이 깨지는군. 아무래도 네 실력을 과대평가했던 모양이야
이 계략이 통하지 않을 걸 대비해 작별 선물을 수십 개 더 준비해 뒀는데… 한번 들어보겠나, 반신?


아글라이아
…내가 시간을 더 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천 년 동안… 난 열 명의 티탄의 죽음을 목격했어. 처음에는 무지했지만, 이후에는 길을 모색하며 사람들을 인도했지……


이젠… 손을 놓을 때가 된 것 같아. 마침내 이 순간이 와서… 정말 다행이라고 여겨야겠지——
내 죽음으로 사람들을 위한 긴 계단을 지을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충분할까? 지금 여기서 그 예언을 받아들이고, 따뜻한 목욕탕 물속에서 잠든다면……
…먼 길을 가는 바람이 날 위해 걸음을 멈춰줄까, 사이퍼라?


천년 전, 마모리얼 시장에서……


사이퍼
재봉녀, 약속한 대로 왔어! 이 금은보화로 가득한 상자를 봐! 장담컨대, 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희귀한 것들이 많을 거야!
자, 그러면 약속한 대로 여기서 가장 비싼 옷을 살게!

 

아글라이아
예의는 없고 배짱만 두둑한 요 좀도둑 녀석, 감히 그런 후줄근한 옷차림으로 내 작업실에 들어오다니
뭘 가져왔는지 확인해 볼까?


사이퍼
헤헤, 마음껏 보시지! 전부 최상급 물건이니까——봐, 이 사파이어는 파구사의 눈보다도 파랗다고!

 

아글라이아
아……
정말이지 화려한 광택이네…. 이렇게 순도 높은 바다의 눈물은 엄마의 보물창고에서 본 게 전부였는데……

 

사이퍼
…뭐야, 본 적이 있었어? 네가 깜짝 놀랄 줄 알았는데. 첫, 시시해

 

아글라이아
아주 오래된 기억일 뿐이야. 우리 집 재산은 전부 불타버린 지 오래거든. 이 작업실은 내가 무일푼으로 돈을 모아 일궈낸 성과고

 

사이퍼
호오, 가업을 다시 일으킨 아가씨라니, 정말 대단하구나… 흥, 웃기지 마. 어쨌든 넌 그 부귀영화를 누려보긴 했잖아

 

아글라이아
흣… 정말 무례한 길고양이라니까
그나저나 사이퍼라——이 보물들은 어디서, 어떻게 구했어?

 

사이퍼
히히, 정정당당하게 내기로 딴 거야. 설마 날 의심하는 건 아니지?

 

아글라이아
……

 

사이퍼
뭐라고 말 좀 해 봐, 재봉녀! 이 보물들 받을 거야, 말 거야?

 

아글라이아
정말 이상하네, 분명 넌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내 금실이… 미동도 하지 않아

 

사이퍼
그야 내 말은 거짓이 아닌 사실이니까

 

아글라이아
정말? 하지만 얼굴의 상처와 흙먼지를 보니 뭔가 다른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사이퍼
……!
넌… 어휴, 그냥 장사하는 건데 왜 이렇게 말이 많아! 걱정 마, 뒤처리는 깔끔하게 했으니 널 귀찮게 굴 사람은 없을 거야

 

아글라이아
너 같은 거짓말쟁이가 하는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

 

사이퍼
…하여간 돈 있는 사람들은 귀찮다니까. 괜히 시간만 낭비했네! 됐어, 안 받을 거면 다른 사람한테……

 

아글라이아
…잠깐
네 보물은 받을게. 근데 이것들만으로는 아직 「금실을 짜는 자」의 가장 비싼 옷을 살 수 없어
그래도 너에게 딱 어울리는 게 있긴 하지

 

사이퍼
오? 뭔데?


아글라이아
가까이 와서 봐

 

사이퍼
오, 이건! 반짝반짝한 게 너무 예쁘잖아!

 

아글라이아
이 황금 부츠는 「금실을 짜는 자」의 귀중한 보물 중 하나야. 가장 비싸고 화려한 옷만큼의 가치는 아니지만, 신비한 힘이 담겨 있지
전설에 따르면, 자그레우스[계략의 티탄]가 축복을 내린 이 부츠를 신은 자는 그 어떤 기척도 내지 않고 매우 빠르게 달릴 수 있다고 해……
이걸 신고, 다음부터 절대 잡히지 마, 사이퍼라. 예쁜 얼굴을 소중히 지켜야지

 

사이퍼
……
흥, 돈 있는 사람들은 쓸데없이 참견하는 걸 좋아한다니까! 그러면 가져간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아글라이아
음… 흠흠…
왜 그래?

 

사이퍼
저기… 한 치수 작은 거 없어? 이 부츠는 나한테 너무 큰데……

 

아글라이아
흣… 그러면 좀 더 큰 후에 신도록 해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가짜예요, 가짜!

 

사이퍼
…꼭 내가 얘기하던 중에 말을 끊어야 해? 가짜라니, 뭐가 가짜라는 거야?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그 부츠 말이에요. 자그레우스의 신력은 눈곱만큼도 없다고요!
앰포리어스 최고의 거짓말쟁이도 그 아글라이아 님에게 속다니, 킥킥킥!

 

사이퍼
저승의 강 물고기 밥이 되기 싫으면 입조심해!
내가 그 재봉녀와 어떻게 알게 됐는지 궁금한 거 아니었어? 자, 이제 만족해?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큭큭… 그렇게 평범한 이야기일 줄은 몰랐는데, 정말 실망스럽네요
하지만… 음, 어쩌면 아글라이아 님이 누님을 일부러 속인 건 아닐지도 몰라요

 

사이퍼
…응?
지금… 아글라이아 편을 드는 거야?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앗… 그럴 리가요! 이렇게 감동적인 이야기가 한마디 거짓말로 망쳐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 것뿐입니다——눈물샘이 있었다면 제 얼굴은 지금 눈물범벅이 됐을 거예요!

 

사이퍼
하! 그 입만닫 아니었으면 진작 잡아다가 집 지키는 유령으로 만들어 버렸을 텐데


쓸데없는 말은 그쯤하고, 눈앞에 있는 저 스틱시아성이나 봐——얼마나 아름다워?

어디 보자, 공기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지 한번 맡아볼까……

 

사이퍼
큭… 킁킁……
야옹~!
사방에서… 보물 냄새가 진동하네! 좋아, 아주 훌륭해!


카스토리스와 회색 친구 덕분에 고성의 결계가 풀렸어——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도와주길 잘했다니까~
이제 보물을 찾을 시간이야, 바르! 앞장서, 좋은 걸 찾으면 8대 2로 나누자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어, 저기, 소소한 제안이 하나 있는데… 혹시, 7대 3은……

 

사이퍼
…쉿, 잘 들어봐. 들었어? 저승의 강 아래 뼈를 씹는 물고기 배에서 나는 꼬르륵 소리 말이야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좋아요, 8대 2로 하죠! 정말이지 공평하십니다, 사이퍼 누님!


사이퍼
…그나저나 여긴… 왜 이렇게 물바다야? 춥고 축축해 죽겠네. 진짜 마음에 안 든다니까……
큭큭큭, 「계략」의 반신께서 물을 싫어하실 줄은 몰랐네요?

 

사이퍼
네가 뭘 알아? 도로소인은 다 다재다능하다고! 수영만 못할 뿐이지
자신 있다면 달리기로 겨뤄볼래? 장거리든, 단거리든, 트랙 달리기든 마음껏 골라!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큭큭큭, 왜 그리 다급해 하실까? 진정 좀 하세요…. 천하에 두려울 게 없는 사이퍼 누님이 물을 무서워할 줄이야!

 

사이퍼
고양이는 원래 물에 닿는 걸 제일 싫어해——당연한 거 아니야?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어서 지나갈 방법이나 당장 생각해 내! 안 그러면 어떻게 분배할지 다시 생각해 보겠어!

 

사이퍼
앗… 제가 돌려볼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도둑 유령」 바르톨로스
아——저걸 사용하면 되겠네! 따라오세요, 누님!

 

사이퍼
(흠… 이렇게 허점이 많아서야)


사이퍼
(우선 네 장단에 맞춰 놀아주지, 「바르톨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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