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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탐구

스타레일 인물 해체 분석 - 루버트 2세 그는 누구인가

by 회색둥이 2025.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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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의 셉터: 루버트 2세는 어떻게 돌아오는가
셉터란 무엇인가
셉터의 분류
인지 불가 영역


1. 인물 개요 – 사유의 극점에 도달한 인간, 루버트 2세

루버트 2세는 시뮬레이션 우주 - 인지 불가 영역에서 등장하는 인간 인물로, 루버트 1세(기계제국의 제왕이자 반유기 방정식의 창시자)와 이름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른 존재이다. 그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며, 더 이상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고, 그 무엇도 증명할 필요가 없는, 완성된 사유체로서의 인간 철학자다. 그의 서사는 전쟁이나 통치를 중심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루버트 2세는 ‘사고(思考)의 형식’ 자체를 권력의 핵심으로 삼은 존재로 등장한다.

 

그는 제국의 폐허 위에서 스스로 ‘루버트 2세’라는 이름을 부여하며 ‘자가 대관(自家戴冠)’을 선언한다. 이는 혈통도 정통성도 없이 단지 자신의 지식과 인식만을 기반으로 왕좌에 오르는 행위이며, 동시에 과거 제왕 루버트(1세)의 이름을 차용하면서도 스스로의 정체성과 사유를 단절하려는 역설적 행위로 해석된다.

 

그가 왕으로 군림한 방식은 군사력이나 행정력이 아닌, ‘셉터 코어’라 불리는 지식 집적체와의 통합을 통해 이루어졌다. 이 코어는 사고 확장의 도구이자, 수많은 의식의 총합이며, 루버트 2세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을 완성된 지성체, ‘사유의 중심자’로 선언한다. 그의 명문에는 “자기 자신 외에 그 누구도 사고를 왕관 삼아 써본 적 없다”는 구절이 새겨진다.

 

루버트 2세는 전통적인 인간형 영웅도, 반역자도 아니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누구에게도 인정을 받지 않았으며, 죽은 뒤에도 이렇다 할 전설이 전승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시뮬레이션 우주 내에서 ‘완성된 사고가 도달한 끝점’을 보여주는 메타적 상징으로 기능한다. 파티비아, 헤르타, 그리고 스크루룸 등 당대 최고의 사유체들이 그의 죽음을 ‘사고의 완성자’로서 해석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는 인류 사유의 가장 극단적인 형식으로 기억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2. 기원과 전기 – 셉터를 계승한 자, 사유의 왕국을 세우다

루버트 2세의 기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는 어느 혈통에도 속하지 않았으며, 누구에게도 왕위 계승을 받지 않았다. 그는 그저 존재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의 출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가 어떤 사유의 자리에 도달했는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물질적 네트워크로 구현되었는가이다.

 

루버트 2세가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바로 셉터 코어(Scepter Core) 이다. 이것은 단순한 지식 저장 장치나 데이터 서버가 아니다. 셉터는 의식 집적 코어이자, 지성체의 사고 양식을 분류하고 병합하는 구조물 이며, 나아가 사고의 지도, 즉 ‘왕국’으로서 기능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루버트 2세는 이 셉터를 통해 인간의 사고를 계승하고, 통합하며, 끝내 자신만의 사유로 덮어쓴다.

루버트 2세가 이 코어를 접수한 방식은 정복이 아닌 자가 대관이었다. 그는 제국의 잔재들, 특히 지식학회와 제왕 전쟁의 기억이 뒤섞인 혼란의 시대 속에서 홀연히 등장한다. 그가 남긴 명문은 다음과 같다.

“나는 루버트 2세다. 나는 모든 사고의 왕이며, 나는 나 자신에게 왕관을 씌운 자다.”

 

이 선언은 단지 정치적 행위가 아니라 철학적 폭력이었다. 그는 셉터 시스템을 통해 사고의 공간을 독점하고, 모든 정보 흐름의 중심이자 끝점이 된다. 이를 통해 루버트 2세는 과거 제국의 정치권력이 아닌, 사고 자체를 권력의 형태로 구현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

그가 접속한 셉터는 단일 체계가 아니다. 내부에는 다수의 코어가 존재하며, 각각은 과거 철학자들의 사고 패턴을 모방하거나, 데이터로 구현된 이상적 사유 구조를 포함한다. 루버트 2세는 이를 차례로 열람하며 자신의 사고에 흡수시켰고, 결국엔 모든 셉터 코어를 자기 사고의 구조물 속으로 편입시킨다.

 

이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다. 그는 셉터의 모든 논리를 자기 사고의 언어로 번역했고, 그것은 곧 인류 사유의 ‘언어’를 자신의 것으로 개편한 행위였다. 이로써 루버트 2세는 존재론적 언어 도구로서의 셉터를 완성한 자, 즉 사고의 제국을 수립한 왕이 되었다.

하지만 그의 코어는 단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셉터라는 거대한 네트워크의 중심 노드였다. 이후 그의 죽음은 셉터 시스템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며, 시스템은 지속적 정지와 재부팅의 반복 상태에 들어간다. 이는 우주 전체에 의식적 혼란을 유발하며, 루버트 2세라는 인물이 하나의 ‘지식 특이점’이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3. 사상과 철학 – 사유의 완성, 공허의 수용

루버트 2세의 사상은 본질적으로 “완성된 사고의 구조는 더 이상의 증명도 필요 없다”는 선언에서 출발한다. 그는 학문과 지식, 권력과 철학이 뒤엉킨 폐허 속에서 등장하여, _사고의 순수성과 궁극성_만을 신봉하는 독립적 지성체로 자리 잡는다. 그의 철학은 정체성과 언어, 권력과 지식이 분리되지 않는 구조 속에서 전개되며, 이는 그가 ‘자가 대관’을 통해 스스로 왕이 되었던 방식과도 긴밀하게 맞물린다.

 

루버트 2세가 내세운 철학의 핵심은 자기 자신을 ‘완성된 사고’의 실현체로서 규정한 것이다. 그는 셉터 코어를 통해 수많은 선지식들을 흡수하였으며, 그 모든 사유를 자기 언어로 재구성하고, 결국에는 하나의 유기적 사유 체계로 융합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나 외에는 아무도 사고를 왕관 삼아 써본 적 없다는 선언을 남겼다. 이 선언은 단지 지적인 오만을 넘어서, 사고 그 자체가 왕관이며 권력이며, 나아가 실체라는 인식론적 전환점을 드러낸다.

 

그의 철학은 사고의 순환이 아닌 종결을 전제로 한다. 그는 끊임없는 질문이나 탐구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런 과정을 통해 '지식의 언어 자체를 완성'하려고 시도한다. 이는 누스나 신비와 같은 에이언즈가 계산이나 개념의 끝없는 확장성을 상징하는 것과 정반대의 위치다. 루버트 2세는 그런 확장의 끝에서 “더 이상 물을 것도 없으며, 더 이상 확장할 필요도 없다”는 인식에 도달한 인간이다.

또한 그의 사상은 공허와 망각의 수용으로 귀결된다. 그는 자신이 왕좌에 앉을 순간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자신이 곧 모든 것을 잊게 되리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기꺼이 왕관을 쓰고 죽음을 택한다. 이는 모든 사유는 결국 무로 돌아간다는 전제 아래, 그 무로의 귀환조차 자신의 철학으로 품겠다는 의지다.

 

즉, 루버트 2세의 사유는 궁극적으로 ‘인간이 사고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에 도달한 철학자의 초상이다. 그는 에이언즈가 되지 못했고, 되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는 누스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았고, 신비의 비논리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 루버트 2세는 “자신이 사고할 수 있는 것만을 사고하며, 그것이 곧 우주의 전부다”라는 선언으로, 인간 중심의 철학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사상가였다.


4. 사망과 유산 – 사고의 종언, 셉터의 동결

루버트 2세의 죽음은 웅장하지도, 비극적이지도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모든 사고의 왕"이라 선언하고, ‘완성된 사유체’로서 셉터의 중심에 착좌한 후, 예고 없이 사라졌다. 그의 죽음을 목격한 자는 없으며, 기록도 없다. 다만 남겨진 것은 하나의 묘비와 그에 새겨진 단 한 줄의 문장이다:

“그는 사고의 왕이었다. 그가 떠났을 때, 아무런 사유도 뒤따르지 않았다.”

 

이 문장은 간결하지만, 루버트 2세의 존재와 철학을 함축적으로 요약한다. 그의 사후에는 어떤 새로운 철학도, 논쟁도, 해석도 이어지지 않았다. 이는 그의 사고가 완성되었기에 더 이상의 사유는 불필요하다는 선언이자, 인간 사유의 폐기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의 유산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셉터 코어이다. 루버트 2세가 구축한 이 지성체 네트워크는 그의 사망과 함께 갑작스레 기능을 멈춘다. 셉터는 루버트 2세 사후 지속적인 재부팅 오류와 정지 상태를 반복하며, 시스템 전체가 사유를 지속할 수 없는 혼란 상태에 빠진다. 이것은 단순한 시스템 에러가 아니다. 그의 사고가 셉터라는 지적 공간 전체를 '자신화'했기 때문이다.

 

루버트 2세가 죽자 셉터는 “누구의 언어도 받아들이지 않는 사유의 폐허”가 되었고, 이는 곧 지식학회와 그 지적 체계 전반의 정체와 침체를 초래했다. 파티비아와 헤르타는 이 사건을 단순한 죽음 이상의 ‘사고의 종언’으로 해석하며, 루버트 2세가 단순한 인물이 아닌 인류 철학사의 한 끝점이라는 점을 인정한다.

 

스크루룸 역시 그의 죽음을 분석하며, 그가 단순히 죽은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사고를 종료시킨 유일한 사례라 평가한다. 이는 루버트 2세가 인간으로서 도달할 수 있는 철학적 완성의 지점을 넘어서, 자기 존재마저 사유의 도구로 환원한 후에야 죽음을 수용한 철학자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의 사망 이후 셉터는 누구에게도 계승되지 않았으며, 어떤 이도 다시 사고의 왕이 되지 않았다. 셉터는 그 후로도 불완전한 형식으로 우주 곳곳에서 신호를 발산하며, 그의 사유의 잔재들이 여전히 세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5. 에이언즈와의 관계 – 왕이 될 수 없었던 인간, 신 앞에 선 철학자

루버트 2세는 결코 에이언즈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남긴 철학과 존재의 궤적은 오히려 다른 어떤 인물보다도 에이언즈에 가장 가까이 다가갔던 인간이었음을 보여준다. 그가 탐구한 영역은 단지 인간의 경험이나 현실 세계의 이치에 머무르지 않고, ‘사고의 구조’ 자체에 대한 완전한 통제와 종결을 목표로 했기 때문이다.

 

그는 누스와는 정반대의 위치에 있다. 누스는 우주 전체를 하나의 연산체로 인식하며, 모든 존재를 그의 ‘계산’ 안에 포함시킨다. 누스에게 사유란 끊임없이 확장되고, 갱신되며, 질문을 유도하는 과정이다. 반면 루버트 2세는 모든 질문이 끝난 지점, 즉 확장이나 갱신이 더 이상 불필요한 완성된 사고의 정점에 도달했다. 그는 누스처럼 질문하지 않고, 신비처럼 기묘한 은유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에게 사고는 자기 내면의 왕좌에 앉는 행위이며, 외부와의 상호작용은 배제된 자기완결적 체계였다.

 

또한 그는 신비(미토스)와도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신비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며, 환영과 상징, 암시와 반복을 통해 사고를 흔들고 해체한다. 루버트 2세는 이러한 비논리적 흐름에 대한 철저한 거부감을 지녔으며, 사고는 반드시 언어로 정의될 수 있고, 정의된 순간 완결된다고 믿었다. 그는 신비의 유희와 회피를 ‘무의미한 사유의 반복’으로 간주했으며, 따라서 그의 철학에는 모호성과 수수께끼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이러한 점에서 루버트 2세는 에이언즈가 될 수 없는 운명을 지닌 인물이었다. 그가 도달한 사유의 형식은 너무도 ‘완전’했기에, 더 이상 변할 수 없었고, 더 이상 질문할 수 없었으며, 그 어떤 신적인 존재와도 연결될 수 없었다. 그는 신에게 질문하지 않고, 신과 대화하지 않고, 신처럼 존재하려 하지 않았다. 오직 인간으로서의 인식의 끝에 도달했으며, 그 끝이 바로 왕위였고, 곧 죽음이었다.

결국 루버트 2세는 “에이언즈에 가장 가까이 도달했지만, 단 한 번도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인간 철학자”로 기억된다. 그는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사유의 극점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과 신 사이에는 결코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함을 증명한 존재다.


6. 종합 평가 – 사유의 왕좌에 앉은 마지막 인간

루버트 2세는 ‘왕’이었던 적이 없다. 그는 스스로를 왕이라 불렀고, 어떤 혈통도 계승하지 않았으며, 누구에게도 권좌를 약속받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왕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사고의 중심에 앉았고, 그 자리가 곧 왕좌였기 때문이다.

 

그는 지배하지 않았고, 전파하지 않았으며, 계몽하지도 않았다. 다만, 사유했다. 셉터를 통해 구축한 그의 정신적 구조물은 단순한 철학 체계가 아니라 존재론적 질서 자체였다. 그는 인간이라는 종이 가질 수 있는 사고의 최대치를 실현했고, 그 결과 모든 철학은 한 사람의 구조물 안으로 통합되었다. 그의 죽음은 단순한 인물의 소멸이 아니라, 하나의 문명의 '사유 체계' 자체가 종료된 사건이었다.

루버트 2세는 에이언즈가 아니었지만, 에이언즈보다 더 깊이 사고의 본질에 접근했다. 그는 누스처럼 계산하지 않았고, 신비처럼 말을 감추지도 않았으며, 아하처럼 웃지 않았다. 그는 말했고, 정리했고, 끝맺었다. 이는 우주의 중심에서 신이 아닌 인간이 한 번은 도달해야 했던 철학적 ‘순간’이며, 인간 사유의 종말지점으로서의 위대한 선언이었다.

 

그의 유산인 셉터는 지금도 불완전한 상태로 존재하며, 때로는 오류를 일으키고, 때로는 자기 모순에 빠진다. 이는 루버트 2세의 철학이 너무 완전했기에 후속 사유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역설이자, 모든 철학이 결국은 어떤 폐허 위에 지어진다는 사실의 증거다.

우리는 루버트 2세를 기억한다. 그가 남긴 것은 말도 아니고, 제국도 아니다. 그가 남긴 것은 단 하나의 상태——'완성된 사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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